규정 무시, 공문서 위조 의혹 등으로 정체를 드러낸 '강제어초 사업' 의혹에 대한 결과가 '관련 공무원 훈계, 수협중앙회에 조사처리토록 통보'라는 '뚜껑 덮기'에 그쳤다.
한 업체에 3년 동안 63억8600만원 규모의 사업이 수의계약을 통해 주어지는 동안 도 공무원, 수협 직원 등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조짐이 뚜렷한데도 제주도는 이를 이미 '지나간 일'로 치부하고 있다.
도 당국은 지난해 말 도의회 정기회에서 고동수의원(한나라당 제주시 삼도 1.2, 오라동)에 의해 제기된 '강제 어초 특혜'의혹 조사를 은밀히 진행 시켰다.
이후 올해 임시회에 결과를 서면 통보하는 등 일면 정상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린 듯 모든 것을 비공개에 부쳤다.
도 당국의 자세와 관련 , 어정쩡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향후 수의계약을 내준 배경, 도와 수협직원. 해당업체의 삼각 연결고리를 찾는 '특별감사'를 실시해야할 것으로 지적됐다.
▲강제어초 도입 경위
2000년이전 인공어초는 사각형 및 뿔삼각형 콘크리트 제품으로 이후 해역별 특성에 알맞는 다양한 어초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강제어초 개발처인 포항종합제철은 2000년 특허권을 가진 도내 업체와 함께 도 회의실에서 제품설명회를 가졌다.
이후 서귀포시 대포동, 북군 한경면 두모, 남군 표선면 표선 등 3개 지선에 4억5000만원 규모의 시범사업이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점이 떠오른다.
하나는 포항제철이라는 거대기업의 특허제품이라는 이점을 넘어 도정 자체가 이 사업에 과도한 관심을 보였다.
대기업이 부재한 도내 현실속에서 건설 관련 최대 발주처는 도청이고 모든 업자들이 이를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것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업체와 도의 연결과정이 비교적 순조로웠다는 것이다.
또한 시범어초사업이 전개되면 향후 수년간 관련전문기관에 어초별 시설적지 및 시설후 활용효과에 따른 비교분석 자료가 어민들에게 공개되고 어촌계는 이 결과를 토대로 어초종류 등을 택해야 함에도 아무런 분석 자료 없이 이듬해부터 수의계약을 내주기 시작했다.
더욱이 해수부의 해양수산사업 지침은 사업신청통보-어촌계사업신청-시.군-시.도 어초협의회 과정을 거치도록 규정했으나 제주도는 시. 군대신 수협을 끼워 넣었다.
도내 행정계통의 중추인 시.군을 정상적인 사업과정에서 제외시킨 이유와 누가 이를 지시했는지도 아직 베일에 쌓여있다.
이와 함께 해수부는 특허어초를 40%이상 설치하라는 지침을 지난해부터 내렸지만 제주도는 이 지침이 있기도 전부터 충실하게 지켰다.
▲공문서위조 등 위반 행위 공공연하게 저질러졌다.
△서귀포시 대포. 남군 성산읍 성산어촌계-수협 및 어촌계에서 강제어초로 신청했으나 제주도어초협의회심의과정에서 돌연 강제어초로 둔갑했다.
어초 종류 결정은 어촌계 회원들의 고유권한이지만 제주도에서 이를 강제어초로 바꿔 버린 것이다.
△2003년 제주시 도두. 북군 조천읍 신촌. 함덕 어촌계를 포함 지난해 제주시 도두. 외도 어촌계, 북군 애월읍 신엄. 구엄 어촌계 등 4개 어촌계의 어초사업 신청서 및 회의록 내용이 똑 같다.
다시 말해 동일인이 이들 어촌계 회의록을 작성했다는 사실로 '공문서'를 임의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도두 어촌계의 경우 어촌계에 보관된 회의록과 도에 제출된 회의록 내용이 서로 달랐다.
도 수산당국 및 어초협의회는 어촌계 회원들의 의견이 아닌 누군가의 '목적이 담긴' 가짜 회의록을 가지고 어초 선정에 나선 것이다.
△2002년 북군 한림읍 귀덕2리. 한경면 판포어촌계는 회의록을 첨부하지 않았고 금등 어촌계는 어초종류를 선정하지 않았으나 강제어초로 결정됐다.
2003년 귀덕1리, 용당어촌계 역시 회의록을 미첨했고 용운어촌계 안건은 강제어초시설 사업건이지만 어민들이 어초종류를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결과는 강제어초설치로 나왔다.
△성산수협 온평어촌계회의록은 어초종류를 선정하지 않았으나 역시 제주도는 강제어초를 신청했고 표선어촌계 시설어초는 수협직원이 임의로 세라믹어초를 선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도의 대응
제주도는 해당 업체로부터 차량편의를 제공받은 전 도 수산과장을 일단 대기발령냈다가 관련 연구소장으로 내보냈다.
이번 감사결과에 따라 도는 다시 훈계조치를 내렸다.
또한 제주시수협, 한림수협, 성산수협 등에 대해서는 지도감독 부서인 수협중앙회에 '다른 지방도 이러한 사례가 있는지를 포함 조사하도록' 통보했다.
하지만 한 수산전문가는 "특정업체에 사업을 몰아주기 위해 공무원, 수협 등이 한꺼번에 일을 진행시켰다는 점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며 "해수부가 지난해부터 돌연 지방특성을 무시한 채 특허 어초를 40% 이상 의무규정으로 삼은 속내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