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찌 잊으랴-이용길
아! 어찌 잊으랴-이용길
  • 제주매일
  • 승인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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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박두진 작사 김동진 작곡 ‘6.25의 노래’ 앞부분이다. 1950년대 학창시절, 의분(義憤)을 불태우며 목청껏 외치기도 하고 콧노래로 흥얼거리기도 하면서 잘도 불렀던 애창곡이었다. 그러고는 “반드시 갚아 주리라” 다짐하며 학업에 열중하였다. 적어도 우리 때는 모두가 그랬다. 그 각오가 이어져 대학 재학 중, 군문에 자원(自願)입대하여 2년6개월의 의무기간을 성실히 복무할 수 있었다.
  ‘6.25’. 노랫말 그대로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북쪽의 공산도배(徒輩)들이 국토를 유린하며 민족상잔의 만행을 저지른 날을 우리는 결코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집안의 삼촌이, 이웃집 아저씨가, 동네 선배 ? 형님들이 전사했거나 부상을 당해 후송됐다는 소식을 들으며 분개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뿐인가. 정든 고향을 떠나 정처 없이 밀려온 피란민들, 하루아침에 부모형제를 잃고 수심어린 얼굴로 방황하는 어린 고아들을 보면서 다시는 이런 참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데 모두들 뜻을 함께 하였다.
  그러나 오늘의 세태는 어떠한가. 형언하기 조차 민망한 망각의 구렁으로 빠져 들고 있다. 6월 6일 현충일을 한낱 ‘노는 날’로 여긴다. 거기에 토 ? 일요일이 이어지면 ‘연휴’라서 좋다는 청소년이 대부분이라는 보도를 접하고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6.25에 대해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고등학생 70%가 6.25를 북침으로 알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역사를 왜곡해도 유분수지, 어찌하여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단 말인가. 그런데다 ‘친북입네’ ‘종북 세력입네’ 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리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동안 정부는 무얼 했고, 교육당국은 무었을 해왔는가. 고귀한 생명을 바치며 조국을 수호한 영령들께 어떻게 고개를 들 수 있겠는지, 착잡한 마음 억누를 길이 없다.
  수십 년간 실시해온 반공교육이 잘못된 건 아닌지 각성해야 한다. 반공 교육만이 아니다. ‘반공’에 ‘도덕’을 붙여 ‘반공 도덕’이라는 이름의 교과서를 가지고 가르쳐 오지 않았는가. 그 결과가 이와 같은 참담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면, 윤리교육을 완전히 재검토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현대사를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누군가 지적했던 것처럼, 혹여(或如) 반공을 권력유지와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남용하려 했었던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 교육을 새로 해야 한다. ‘진정한 자유와 평화가 무엇이고, 올바른 민주주의는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민주공화국’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우월성을 깨달을 수 있게끔 지도해야 한다. 지구상의 2백 개가 넘는 국가가운데 국민의 선거로 통치자를 뽑는 나라는 절반도 아니 된다. 수십 년간 대(代)를 이어 독재를 하는 자들이 무슨 민주주의이고, 인민공화국이라는 것인가. 동족인 우리로서 부끄럽고 서글프기 그지없는 현상이다.    
  민주주의는 원래 말이 많고 시끄러운 것이다. 각자 저마다의 주장과 의견을 내놓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상이다. 이를 조화롭고 공평하게 그리고 발전적으로 수렴 ? 조정, 반영하기위하여 민주주의의 기초인 지방자치를 시행하고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 아닌가.
   여기에서 다시 한 번 더 짚고 넘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 아무리 우리가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경제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하더라도 국방이 흔들리면 백약(百藥)이 무효다. 막강한 군사력과 확고한 안보관만이, 저들의 야욕을 무력화하고 공갈 협박을 제압할 수 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이 지나가고 있다.  

 이 용 길    행정학 박사 .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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