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학교폭력···대책 마련 절실
욕설·폭행·금품 갈취까지···갈수록 심해져
1년 단위 계약 전문적 상담 효과 기대 어려워
10대 범죄···사회적 관심·제도적 장치 필요
● 맞거나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욕설·폭행·금품 갈취까지···갈수록 심해져
1년 단위 계약 전문적 상담 효과 기대 어려워
10대 범죄···사회적 관심·제도적 장치 필요
#사례1. A(15)군은 틈만 나면 같은 학년 친구들을 상습적으로 괴롭히고 때렸다. A군의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갔고, 아이들은 그런 A군을 피해 다니기에 바빴다.
특히 A군은 친구들에게 슈퍼마켓에서 담배를 훔쳐오게 시키는가 하면 지도교사에게도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는 친구들이 이 같은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자 보복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초조함에 다른 아이들에겐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12월 제주서부경찰서는 또래 친구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A군을 구속했다. 제주에서 학교폭력 사건으로 중학생이 구속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 같은 이례적인 구속 사유는 A군이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도 친구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빼앗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해당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A군을 구속 전까지 다녔던 학교로 강제로 전학시킨 바 있다. 하지만 A군의 폭력은 전학 간 학교에서도 되풀이됐다.
#사례2. 활발한 성격을 가진 B(18·여)양은 학교에만 오면 늘 혼자였다. 쉬는 시간 왁자지껄 수다를 떠는 친구들 무리 그 어디에도 B양이 낄 자리는 없었다.
몇몇 아이들이 말을 걸어오기는 했지만, 놀리는 얘기가 전부였다. 그럴 때면 B양은 자리를 피하거나 이어폰을 낀 채 음악만 들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따돌림은 나날이 정도를 더해갔다. 그렇게 아무런 이유 없이 따돌림을 당하던 B양에겐 결국 대인기피증에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 계약직 상담사에 의존하는 교육당국
이 같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 교육당국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정작 학교폭력 가·피해학생에 대한 상담·치유를 담당할 전문상담교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행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폭력이 접수되면 교감, 보건교사, 책임교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폭력 전담기구에서 사안을 조사하게 된다. 이 기구에는 전문상담교사 또한 참여하고 있다.
이후 조사 사실을 바탕으로 자치위원회에서 피해 학생의 보호와 가해 학생의 선도 및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고, 학교장은 자치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의결 사항에 해당하는 조치를 하게 된다.
23일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 학교 수는 모두 184개로, 각급별로는 ▲초등학교 110개(학생 수 3만8235명) ▲중학교 44개(학생 수 2만3887명) ▲고등학교 30개(학생 수 2만3713명) 등이다.
그런데 현재 각급 일선 학교에 배치된 정규직 전문상담교사는 17명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교육당국은 계약직 전문상담사에 의존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2월 전문상담사 67명을 채용했다. 전문상담사는 학교부적응·위기학생 상담을 비롯해 가해학생 대상 특별교육, Wee클래스 특별교육, 학교폭력 피해자 심리상담, 학교폭력 전담기구 내 보조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도내 초·중·고교 학교가 184개인 점을 감안하면 전문상담교사나 전문상담사 등의 학교폭력 전담 상담인력은 학교 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전문상담사의 경우 올해 3월부터 12월까지의 계약 기간이 지나면 고용관계가 소멸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상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충분한 사전 교육 없이 현장에 배치되는 데다 짧은 계약 기간에 따른 연속성 있는 상담은 물론 학생들과의 친밀감 형성에도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 상담·치유를 담당할 전문상담교사 확대와 함께 상담사의 전문성과 연속성 등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 매년 끊이지 않는 청소년 범죄
이와 더불어 10대 청소년 범죄도 잇따르면서 사회적 관심과 이들을 선도·계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청소년 범죄가 어른들의 관심이 소홀한 방학 기간에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예방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청소년 범죄는 2010년 1504건, 2011년 1132건, 지난해 1098건, 올 들어 5월 말 현재까지 458건으로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다 보니 죄책감이 덜해 또 다시 재범을 저지르게 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때문에 적절한 심리치료는 물론 보호감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친구와 함께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 중에는 자신의 행위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이들이 거리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