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정자치부 장관이 제주도의 행정계층구조 개편은 도민이 선택하면 정부가 수용하겠다고 전격 선언함으로써 도민투표 문제로 미적이고 있는 행정구조 개편이 탄력을 받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4일 방도 했던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다층 구조로 돼 있는 행정계층이 불합리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항”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정부의 의지로 간단히 정리할 수 없는 문제”라며 “국회에서도 이의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나 가장 좋은 방법은 도민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밝혀 ‘도민 선택’ 즉 ‘주민투표’에 무게를 두었다.
오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행정계층구조 혁신 안을 마련하고도 주민투표 일정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제주도를 간접적으로 압박한 셈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오 장관은 행정계층구조가 주민투표로 결정되면 제주특별자치법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혀 제주국제자유도시와 제주특별자치도는 행정계층구조 개편이 시발점이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행정구조를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제주 발전의 초석을 놓는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2.
이 행정계층구조 개편 문제는 지난 3일 구성된 제2기 제주도행정개혁위원회가 제주발전연구원의 혁신안에 대한 1, 2차 주민 선호도 조사 결과를 놓고 표결을 통해 제주시와 북제주군을 합치고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을 통합, ‘제주도-제주시’, ‘서귀포시-읍면동’의 혁신안을 선택함에 따라 구체화되고 있다.
제주도는 이후 이 혁신안에 대한 도민 설명회를 개최한 뒤 도민 공감대가 형성되면 행자부와의 협의를 통해 주민투표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오 장관의 ‘도민 선택 후 정부 수용’이라는 언급에 따라 일정을 앞당기지 않을 수 없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주민투표가 이른 시일 안에 실시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김태환 지사의 정치적 성향으로 보나, 도민 공감대 형성이라는 애매한 전제조건을 내세운 것이나가 그렇고, 정부와의 협의 등 내부적 요인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라는 외적인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3.
사실 행정의 계층구조와 기구 및 조직은 단순할수록 좋다는 것이 학자들의 지적이다. 민주 선진국가일수록 행정계층구조는 단순하며, 반대로 전체주의 국가나 독재 국가, 후진 국가일수록 행정계층구조가 다양하다고 한다.
우리의 현행 행정계층의 다층 구조도 전체주의 체제가 극에 달했던 일제시대에 비롯된 것으로 오늘날 민주화, 무한경쟁시대에는 부적합한 것이다.
그러나 기초단체장 임명제와 기초의회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혁신안은 지방자치제 정신을 저해하는, 잘못된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그래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민 의견을 첨예하게 가르는 행정행위는 선거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주민투표 일정을 불확실하게 하거나 늦추는 데 한 몫 하고 있지 않으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계층구조를 단순화하는 모델로 제주를 선택, 그 토대 위에 특별자치도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국제자유도시를 실현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이번 오 장관의 발언으로 재삼 확인된 만큼 더 이상 미적거릴 수만은 없으리라 본다.
어떤 정책도 국민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수 없다. 더구나 행정계층구조 개편과 같이 지역주민과 기초자치단체 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서는 더 말이 필요 없다.
이제 어느 것이 ‘도민 만족’의 생산성 높은 행정 시스템이 될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