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닥쳐야 비가림 공사···이런 ‘뒷북 행정’
장마 닥쳐야 비가림 공사···이런 ‘뒷북 행정’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3.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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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정류장 절반 비가림 없어···비날씨엔 시민 불편 가중
읍면은 더 심각···“버스 기다리다 어쩔 수 없이 택시 이용”
▲ 장맛비가 내린 19일 오후 비가림 시설이 없는 서귀포시 중문동 천제연폭포 버스정류소에서 한 시민이 우산을 쓴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고기호 기자
“버스정류소에 비가림 시설이 없다 보니 비가 올 때마다 너무 불편합니다.”

장맛비가 내리던 19일 아침 출근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양모(32·여·제주시 삼도동)씨는 옷이 금세 홀딱 젖고 말았다. 우산으로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상황에서 버스정류소엔 비가림 시설이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를 피하기 위해 주변 건물 입구 안에 들어가려니 버스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갈까 하는 걱정에 양씨는 우산을 쓴 채 버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양씨는 “매일 같이 대중교통인 버스를 이용하는 데 버스정류소에 비가림 시설이 없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비가 올 때는 돈을 더 내서라도 택시를 이용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김모(18)양은 “비가 쏟아진다는 기상 예보를 접하고 교복이 젖을 것에 대비해 아예 여벌의 옷을 가지고 나왔다”고 했다.

제주지역에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가운데 비가림 시설이 설치된 버스정류소가 2곳 중 1곳에 불과해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비가림 시설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버스정류소는 모두 2517곳으로, 이 중 비가림 시설이 설치된 곳은 절반인 1283곳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궂은 날씨에는 버스 이용을 외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비가림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정류소에는 앉아 있을 수 있는 의자도 없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경우 오랜 시간 선 채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른 민원이 끊이지 않자 제주도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37억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 3월부터 254곳에 대해 비가림 버스승차대를 설치하기로 했었다.

이를 위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물론 비가림 시설 설치 비율이 떨어지는 읍·면지역의 특수성도 고려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비가림 버스승차대 설치 사업이 장마가 끝날 때 쯤인 다음달 20일 모두 완료될 예정이어서 한발 늦은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버스정류소에 비가림 시설이 없어 불편하다는 민원에 따라 현재 비가림 승차대 설치를 위한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며 “비가림 시설을 보다 확대할 수 있도록 예산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내 버스 이용객은 2010년 4352만 명, 2011년 4617만 명, 지난해 4802만 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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