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제보자 없어···장기미제 사건으로 남나
목격자·제보자 없어···장기미제 사건으로 남나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3.0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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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사 왕벚나무 수사 한 달 넘겨
범행시기·용의자 윤곽 못 잡아···현장 유류품도 전무
CCTV 영상도 지워져···경찰 “탐문수사 등 주력할 것”
제주도지정기념물 51호인 관음사 왕벚나무가 제초제에 의해 훼손된 지 한 달이 더 지났지만, 경찰 수사는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범행 확인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CCTV도 영상이 지워져 소용이 없게 됐다. 목격자나 제보자도 전혀 확보치 못한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이번 사건이 제주대학교 입구 소나무 농약 투여 사건과 마찬가지로 자칫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농약 고의 투여 의심

관음사 왕벚나무에 제초제가 투여된 사실은 지난달 6일 병해충 방제작업 위탁업체가 작업을 위해 현장을 찾았다가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 한 그루는 잎과 줄기가 까맣게 말라 있었고, 나머지 한 그루도 시들시들 말라가고 있었다. 특히 두 나무 모두에서 드릴로 구멍을 뚫은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누군가 고의적으로 농약을 투여한 것이 의심됐다.

이에 제주시가 같은 달 9일 제주동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왕벚나무 훼손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 시작됐다.

경찰은 다음 날인 10일 왕벚나무 훼손현장에서 현장감식을 벌여 시료를 채취한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요청했다.

또 사찰 관계자와 출입자 등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벌이는 한편, 목격자 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그런데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이 더 지났지만, 아직 정확한 범행 시기는 물론 용의자도 특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로썬 왕벚나무 농약 투여 시기가 4월 10일 전후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현장에서 범행과 관련한 유류품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데다 유동인구 또한 많은 곳이다 보니 용의자 특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관음사에 설치된 CCTV 확인 결과 범행 추정 시기에 찍힌 영상도 지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관음사 CCTV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찍힌 영상 위에 덮어서 녹화가 되면서 그 전 영상은 자동으로 지워지게 돼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사건의 열쇠라고 할 수 있는 국과수의 시료 분석 결과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초제로 확인됐다.

여기에 제보도 거의 들어오지 않아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때문에 경찰은 탐문수사와 목격자 확보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유동인구 많아 수사 애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사건이 2006년에 있었던 제주대학교 입구 소나무 농약 투여 사건과 마찬가지로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당시 제주대학교 입구 앞 교차로에 있던 130년생 소나무 밑동에 누군가 구멍을 뚫어 농약을 투여, 고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농약 투여 사실을 확인한 제주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동시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는 시민에게 현상금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범인 검거에 나섰으나 끝내 붙잡지 못해 현재는 장기미제 사건으로 분류돼 있다.

시민 김경훈(30)씨는 “대학시절 학교의 상징과도 같았던 소나무가 농약 때문에 고사해 안타까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면서 “당시와 비슷한 수법으로 이번엔 제주도지정기념물인 관음사 왕벚나무가 훼손돼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는 물론 시민들의 제보가 절실히 필요한 때인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현재 탐문수사와 목격자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고 있고, 목격자나 제보자도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사찰의 특성상 유동인구가 워낙 많아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결국 목격자나 제보자의 증언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건이 제주대학교 소나무 농약 투여 사건처럼 미제 사건으로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 팀원들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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