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멀리 내던져진
햇덩이 하나
녹물처럼 녹아내리는
바닷가
늙은 소나무 아래
야트막한 집이 있어
하얀 옷 입은 그 분이 사신다.
구부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
돌담 너머
바다가 그리운 날은
하늘 한 귀퉁이
쩡하게 금가는 듯한
망아지 울음소리...
이 황홀한 고독.
늦게 늦게 또 바람이 불었다.
눈이 오지 않은
초겨울,
모래알처럼 쓸리는 바닷가
목선 하나
꿈보다 먼 세상
누구의 영혼인 양
물까마귀 한 마리
서쪽 하늘을 보며 울고 있다.
산다는 것은
언제나 눈부신 태양 아래
고개 숙여 먼 바다 물소리로
영혼을 씻는 일이다.
바람이
천지를 흔들고 지나가면
날아오른 새떼의 그림자가
파편처럼 흩어졌다.
해는 섬 근처에
몇 자쯤 남았을까.
가랑이를 벌린 듯한
섬과 섬 사이
노리끼리한 태양이 녹물을 흘리면
먼저 누운 바다가 몸을 비튼다.
이런 날은
청승맞게 먼 바다를 불러들여
무모한 수작이나 할밖에.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