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화의 섬
세계 평화의 섬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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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나로 하여금 당신의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증오가 있는 곳에 사랑을 뿌리게 하소서. 나로 하여금 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를 , 의심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뿌리게 하소서”
모두가 암송하는 성 프란시스의 평화를 위한 기도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서, 평화가 실제적인 것이 아니라 추상적 표현에 치우치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반하여 평화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면선, 현실감을 자아내게 하는 신학자 몰트만(Moltmann)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평화가 요구되는 곳을 빈곤과 착취, 폭력과 압제, 인종차별과 문화적 소외, 산업발전에 의한 자연 파괴의 영역으로 구분짓고, 이것들을 악마의 영역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가난과 폭력과 생의 파괴를 극복하기 위하여 일하는 곳에서 구체적으로 평화에 관해 말해야 한다고, 우리를 설득한다.

평화는 인류가 포기할 수 없는 꿈이다.
평화는 모든 인간이 희구해 온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완전히 실현된 일이 없다.
‘로마의 평화(pax Romana)’는 강대국의 논리에 좌우되고 있다.
더구나 동족상잔의 뼈저린 경험을 가진 우리로서는 평화통일의 실현이라는 민족적 염원에 비추어서도 평화의 문제는 더욱 절실하기만 하다.

그리고 평화를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로 규정하는 것은 낡은 개념이다.
평화의 문제는 핵무기와 군비확장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만연한 구조적 불의와 불평등한 국제관계에 의해서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최근  체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었다.

제주도의 ‘평화의 섬’ 논의는 그 동안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다.
1991년 4월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한-소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하였으며, 그 이후 중국 장쩌민, 미국 클린턴, 일본 하시모토ㆍ고이즈미 등 주변 열강 정상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도민들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북한 동포에게 감귤보내기운동을 벌였고, 남북민족평화축전 등을 통한 활발한 민간교류활동도 추진하였다.

2001년에는 평화의 섬 지정에 앞서 제주평화포럼을 창설하기도 하였으며, 결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 평화의 섬 선포식을 갖는 절차를 밟게 되었다.
제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이 되기 위해서는 4ㆍ3항쟁이라는 역사적인 아픔을 딛고 과거사정리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진실과 화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평화의 섬 선언문에도 “4ㆍ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며”라는 표현이 있다.
‘평화’란 브랜드를 안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각오가 그 속에 숨어 있어야 한다.
우리 제주인의 삶 속에 평화가 없다면 어떻게 세계에 평화를 줄 수 있겠는가, 라는 질문이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진정으로 평화를 요구한다면, 몰트만이 주장하는 빈곤과 착취의 악마의 영역인가, 폭력과 압제의 악마의 영역인가, 인종차별과 문화적 소외의 악마의 영역인가, 산업발전에 의한 자연 파괴의 악마의 영역인가를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김 관 후 북제주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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