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문화공간이 활짝 피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시 중앙로와 칠성로 일대 상가들 중에 새로 개업해서 몇 달간 해보다가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폐업하는 일이 잦아졌다.
'점포임대'를 써 붙인 빈 상가가 태반이다.
쇼핑가와 더불어 호프집·소주방이 성행하던 경기불황 전 '시끌벅쩍'하던 때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와중에 칠성로와 중앙로 일대 음악과 그림을 감상하고 문학과 예술작품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달말 문을 연 풍야(豊野)갤러리문화원(원장 김종석)은 제주풍광을 소재로 한 사진만을 전시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제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70여평 규모의 풍야는 풍요로운 수확을 기다리는 들녘처럼 사람들에게 삶의 여유와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풍야갤러리에 내걸리는 작품들은 직사각형의 획일적인 건물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점차 늘어나 외곽지로 나가지 않는 이상 흙을 밟지 못하는 도시인들에게 제공되는 산소이자 둔탁한 회색공간에 제공되는 '초록색'이다.
제주시 관덕정 부근에 문을 여는 철학카페 '이데아' 역시 '철학이 있는 소통과 나눔의 열린 문화공간'이다.
제주대학교 철학과와 철학사랑방이 공동 운영하는 '이데아'는 철학을 매개로 한 소통과 나눔의 열린 문화공간으로 주제가 있는 철학토론회와 공개강좌 철학세미나, 책읽기 모임,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철학교실, 철학으로 영화보기 등 작은 문화행사들을 개최한다.
김현돈 제주대 교수는 "궁핍한 시대 우리 선배들이 가난한 호주머니를 털어 지적 열정과 문화적 순정을 꽃피었던 칠성통은 옛 사랑의 거리"라며 "철학카페는 일반 시민들이 차 한잔과 함께 인문의 향기를 호흡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소박한 사람들의 목소리와 눈빛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칠성로 쇼핑중심가에 자리 잡은 '민들레 영토'.
약칭 '민토'로 불리는 이곳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부정적 의미로 변질된 '다방'을 타파하고 본래 생산적인 토론과 논의를 벌이는 문화현장이다
어릴 적 동화 속 주인공 '캔디' 혹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떠올리는 의상을 입은 직원들부터 친근하게 다가온다.
실내에는 각종 모임들이 회원들만의 조용히 스터디도 가능한 동아리방, 식사나 차를 마시면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DVD방이 들어서 있다.
또한 출입구에는 최근 인기 베스트셀러 목록 아래 책장을 구비, 책을 읽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독서문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실내 한 켠에는 작은 전시실을 마련해 그림과 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원한다면 손님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될 준비가 돼 있다.
이렇듯 칠성통, 중앙로 일대 침체기를 걷는 상가들 속에 21세기 키워드 '문화'를 테마로 한 전시문화공간들이 봄 새싹이 땅 속에서 움트듯 경기한파를 뚫고 봄을 준비하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