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녹음을 더해주는 초여름의 단비는 며칠간 비상전력난을 예고하며 뜨겁게 달구던 태양의 기세를 한꺼번에 꺽어버렸다. 그러나 농민들은 단비가 마냥 즐겁지마는 않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마늘수매가 지역별로 이루어지다가 미처 수매가 되지 않은 곳이 있는데 비가 내린 것이다. 비가 그치고 다시 마늘을 말리려면 사나흘은 말려야 되기 때문에 걱정이 여간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며칠 전 도로변에 말리던 마늘60kg이 도난단하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피해농민의 무너져 내리는 가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쓰리다. 찌는 뙤약볕 밑에서 애써 거두어들인 마늘을 도로에 널어서 말리다보면 지나던 여행객 및 얌체 운전자들이 군데군데 한 웅쿰씩 집어가곤 하는 일이 생기곤 하는데 마늘 수확철, 땡볕 아래 더위와 씨름하며 마늘을 수확하고, 밤에는 행여나 마늘 도둑이 들까 걱정하며 밤잠을 못 이루는 날들이 계속된다. 더구나 금년은 전년도보다 마늘 수매가도 내려서 속상한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친 농심(農心)을 더욱 멍들게 하고 있다. 금년에도 한경파출소에서는 “마늘 도난예방 특별방범 강화기간”을 설정하여 한경면 및 자생단체들과 협력하여 마늘도난 예방을 위한 간담회를 실시하고 농협과 생활안전협의회, 자율방범대, 각 마을 청년회들이 똘똘 뭉쳐서 불철주야 마늘수확과 도난예방 순찰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좀도둑이나 여행객들의 입장에서는 한 두자루의 마늘을 싣고 가는 것이 재미일지 모르나 농민들에게는 일년내내 내자식과 같이 공들여 키워 논 것이다. 가뜩이나 내린 마늘 값 때문에 속상한데 극성을 부리는 마늘도둑 때문에 이마에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한경지역은 황토마늘로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애써 일군 소중한 땀의 결실을 한순간에 잃어버린다면 그 허탈감은 무엇으로 표현할 것인가.
제주서부경찰서에서도 마늘 도둑의 심각성과 타들어가는 농심을 알고 마늘 수확철을 맞아 형사들을 마늘밭 주변에 잠복시키고 경찰서 직원들도 곳곳에 배치하는 한편, 평소보다 더욱 순찰에 열심이다.
매년 몇 건의 마늘 도난피해가 있었으나 협력단체들과 경찰의 수확기간 동안 마늘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더 이상 작은 도난사건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남은 수확기간 내내 쾌청한 날씨로 마늘 건조?수매작업도 순조롭게 마무리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한경파출소 김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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