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를 통한 작은 기적을 실천하는 사람들
‘태권도’를 통한 작은 기적을 실천하는 사람들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3.0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몰래 재능기부 펼치는 김영택 관장 이야기

 

▲ 김영택 관장이 제주정신요양원 수련생을 지도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최근 심판 ‘편파판정’ 등으로 대한민국 ‘국기(國技)’ 태권도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태권도를 통한 작은 기적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만성 정신분열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이 사회와 격리, 치료와 요양을 하고 있는 제주정신요양원.

지난주 찾은 이곳에서 낯익은 기합소리가 들렸다. 제법 각 잡힌 자세로 발차기를 하는 30여명의 수련생들의 얼굴에선 이들이 갖고 있는 병의 그늘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김영택 관장(도남 열린체육관· 45) 일행이 이곳을 찾아 환우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지도자 경력 23년차 베테랑 김 관장은 2008년 제주도생활체육태권도협회와 제주정신요양원이 협약을 맺으면서 이곳 환우들과의 인연(재능기부)을 맺었다. 하지만 협약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김 관장의 기부는 계속되고 있다.

재능기부 초기만 해도 이들에게 태권도의 기본 동작을 가르치기 보다는 구르기나 줄넘기 등 간단한 신체 활동 위주의 교육이 전부였다.

제주정신요양원(사회복지법인 제주공생) 최용석 사무국장은 “이곳 환우들은 병원과 가족들도 치료를 포기한 사람들”이라며 “때문에 환우 대부분은 (정신분열증)만성 질환자들이다. 이들은 약물 부작용 등에 따른 무기력증으로 대부분 비만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식욕 등 기본적인 욕구 이외에 대부분의 반응에 무감각한 이들은 일상의 대부분을 누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서 얻은 상처로 외부를 차단하는 마음의 벽을 마음속에 하나씩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이들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환우들을 이끌고 김 관장은 무대에 섰다. 2010년 11월 이들을 데리고 태권도 공연에 나선 것. 그때부터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김 관장은 “(이들을)가르치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 이후 아마 이분들도 해냈다는 성취감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그때부터 우리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에 대해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거죠”

기본적인 욕구 이외에 무감각했던 이들이 태권도를 시작하면서 서서히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고 수련생 중 일부는 승단(초단) 시험에 합격, 도복에 검은 띠를 맬 수 있었다.

‘관장님 고맙습니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가장 기뻤다는 김 관장은 “지도자로서 수련생이 승단을 했다는 것이 보람일 순 있겠지만 저는 우리에게 반응(인사)을 보여준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닫혀 있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진다는 증거니까요”

태권도 재능기부에는 김 관장 이외에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인 김남웅 관장(천지인 용인대 태권도장)과 송진호 관장(연동 경희대 태권도장) 등이 함께 하고 있다.

김 관장은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시작했습니다. 협회의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생활(습관)이 됐습니다”라고 말한다.
 
제주정신요양원에 도움을 주는 단체(개인 포함)는 무려 약 200여 곳에 이른다. 하지만 매주 정기적으로 찾는 사람들은 김 관장 일행이 유일하다.

김 관장의 열정 때문일까 태권도 수련을 받은 환우 중 매년 4~5명 정도가 사회로 돌아오고 있다.

“태권도가 이분들의 재활에 작은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소수이긴 하지만 그분들에겐 새 삶을 마련해 준 것이니까요”

누구나 할 순 있다. 하지만 돈이 많고, 여유가 있다고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태권도를 통해 작은 기적을 실천하는 김 관장의 재능기부는 매주 수요일 단 하루로 거르지 않고 5년째 계속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