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8일 대정읍에 소재해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서산사에서 10년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고정아 대정읍 주민자치위원장 차남의 영가결혼식이 치러졌다. 영가결혼식이란 죽은 망자들끼리 결혼을 하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은 처녀 총각이 죽으면 구천을 떠돈다 하여 비슷한 나이의 영혼들끼리 짝을 지어 혼례를 올려주어 이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게 하고 원한을 달래주는 뜻으로 혼례를 올려주는 의식이다.
결혼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청춘남녀들은 아무래도 부모나 가족들의 마음속에 깊은 한을 남기게 된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땅에 묻고 자식이 세상을 떠나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남녀를 맺어주는 자리이니, 결혼이라고 해서 기쁘기보다는 오히려 더 깊은 슬픔이 배어있다.
젊은 청춘에 세상을 떠난 것도 안타까운데 자기의 동반자가 없다는 것은 더욱 더 외롭고 쓸쓸하게 한다. 청춘남녀가 세상을 떠났다고 해서 모두가 다 영가결혼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망자들도 모두 택일을 하고 사주를 다 본다. 수십 쌍을 사주를 보아도 이루어지는 것은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그만큼 더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 영가결혼식이다.
이날 영가결혼식에는 일반 결혼식처럼 많은 손님들이 방문하여 결혼식의 자리를 빛내주었다.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접하는 영가결혼식에 생소함을 느꼈겠지만 축하하는 마음만큼은 일반 결혼식과 다르지 않았다.
고정아 대정읍 주민자치위원장은 축하손님으로부터 받은 부조금에 개인의 돈을 더하여 1천만원의 금액을 사찰 발전기금으로 기부를 하여 주위 사람들의 축하를 더욱 값지게 하였다. 이 기부금액은 서산사 사찰의 요사체(절에 있는 승려들이 거처하는 집)를 짓는데 소중하게 사용될 것이다.
평소 대정읍 주민자치위원장으로서 봉사와 나눔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마치 23살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못 다한 사랑을 나눔의 정으로 주위에 베푸는 듯 보인다.
이승에서 못 다한 사랑, 저승에서 원도 없고 한도 없이, 부디부디 잘 살기를 바라며
대한불교 조계종 서산사 신도회장 문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