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가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붓고 조성한 ‘길거리 벽화’와 ‘테마거리’들이 관리 소홀과 사업 목적 불일치(不一致) 등으로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제주시는 그동안 186억 원의 혈세를 투입, 15군데의 ‘테마거리’를 조성한바 있다. 명품거리를 만들어 시가지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서다
그러나 제주시는 벌써 그중 3군데의 테마거리를 사업목적 불일치(不一致)와 관리부족으로 퇴출시켜 일반도로로 전환키로 했다. 결국 퇴출된 테마거리들은 사업시행 전에 타당성 검토나 사후 관리 문제를 도외시 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조성했다가 실패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전철을 밟았음에도 제주시는 또 75억 원의 혈세를 들여 새로운 명품거리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중앙로에서 산지천에 이르는 속칭 ‘해짓골’ 길을 걷고 싶은 특화 된 ‘명품거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제주도가 추진 중인 ‘탐라광장’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탐라광장 사업자체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데 거액의 사업비를 들인 ‘해짓골’ 명품거리라고 꼭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한 쪽에서는 이미 조성된 명품거리도 일반도로로 되돌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또 다시 신규로 명품거리를 만들고 있으니 납득하기 어렵다. 사전에 성공 가능성을 세밀히 검토해서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많은 예산을 투입한 ‘길거리 벽화’들도 관리 부실은 마찬가지다. 2009년 이후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의해 완성된 이도2동 독사천 벽화, 이도1동 골목길 벽화들의 경우도 시민이나 관광객이 감상할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어떤 곳은 심지어 폐가(廢家)를 정비하면서 부서진 벽화가 방치 됐는가 하면 또 어떤 곳은 벽화 바로 앞에 아파트단지 주차장이 조성돼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그 밖에 일반 시민의 주차로 인해 벽화 감상을 방해 받는 곳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 그럴 바에야 어려운 예산을 들여가며 길거리 벽화는 뭐 하러 그려 넣었는가. 제주시는 사업을 벌이기만 해 놓고 사후 관리는 나 몰라라 하는 행정 습성을 고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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