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미안함, 하나씩 갚아나가겠습니다”
“20년 미안함, 하나씩 갚아나가겠습니다”
  • 허성찬 기자
  • 승인 2013.0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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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제주시 동거부부 합동결혼식…16커플 웨딩마치
저소득·장애인·다문화·새터민 저마다 사연 간직

“20년 동안 면사포 못 씌워줘 미안했었는데…하나씩 차근차근 갚아나가겠습니다”

23일 제주시 시민회관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따뜻한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합동결혼식 대상은 저마다의 사연은 간직한 제주시 관내 16쌍의 동거부부.

어려운 가정형편, 다문화와 새터민이라는 주변의 편견 등 사회의 높은 장벽들은 동거부부들의 마음속에 한으로 응어리져 있었다.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장애인이였던 한 부부의 사연은 주위 사람들의 가슴까지 먹먹하게 했다.

이들 부부가 만난 것은 1993년으로 올해로 20년째를 맞고 있다. 슬하에도 2딸을 두고 있는데 자녀들 역시 몸이 불편한 상황이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20년의 세월동안 쌓였던 한이 너무 많았던 탓이었을까, 부부는 인터뷰 도중에 설움이 붇받쳐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남편인 양모(53)씨는 “20년 동안 가정형편이 어렵고 바쁘다는 핑계로 면사포를 씌워주지 못해 항상 미안했었다”며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제주시에 감사할 따름이다”고 전했다.

또한 양씨는 “그간 아내가 힘들어할 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해줄 수 있는게 하나도 없었다”며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차근차근 해주도록 노력하겠다”며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김상오 제주시장은 이날 주례사를 통해 “이 자리에 있는 부부들이 서로 사랑하고, 건강을 살피고, 조급해하지 말고 거북이처럼 멀리보고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음 한다”며 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격려했다.

한편 이날 새롭게 출발하는 16쌍의 부부를 위해 제주시여성단체협의회와 제주불교사회봉사회, 국제로타리 제주 탐모라클럽, 한국프로사진협회 제주도지회, 대한이용사회 제주시협의회, 그리고 각 기관 단체에서 결혼예복과 사진촬영, 선물 등을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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