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김광수
장미꽃-김광수
  • 제주매일
  • 승인 2013.0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싱그러운 오월을 맞이하여 달라지는 주변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평범한 한 시민이지만 그 어느 때 보다 즐겁다. 제주 어린이 집 앞을 지날 때면 여러 가지 꽃을 많이 가꿔 퍽 아름답고 향기도 좋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어린들은 아주 행복하겠으며 이웃에도 서정미를 느끼게 해 주고 있으니 고마운 일이라 생각 한다. 아라동 여기저기 감귤원 옆을 지날 때에는 감귤 꽃향기가 그윽하고 또 딸기도 빨갛게 얼굴 내 밀어 금상첨화다.
  더군다나 우리 집 앞 울타리 장미에는 어저께 2송이 오늘은 20여 송이 장미꽃이 활짝 피어 기분이 좋다. 그동안 거름도 주고 하여 신경을 좀 썼더니 작년 보다 꽃이 더 크고 많이 필 모양이다.
 연 전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장미꽃이 잘 피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 물었을 때 거름을 잘 주어야지 하였던 그 친구 생각도 난다.    고향집에 아버지께서 장미를 심어 놓고 꽃을 즐겨 보시던 모습도 떠오른다. 돌아가신 다음에도 한참 동안 꽃을 볼 수 있었지만 얼마 전 퇴화되어 그런지 모두 고사하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 집사람과 장미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버지가 심었던 그 자리에 장미를 사다 심기로 하였다. 그리고 중등학교 교장을 역임하신 고 강봉록 선생님께서 1960년대 중반에 고향 마을에 장미를 심어 온통 장미꽃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장미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힘쓰셨던 일도 생각난다.
 하지만 어찌 꽃만 아름다운 일인가. 사람도 아름답고 삶 또한 아름답다. 사람마다 삶마다 차이는 있다. 사람들은 고난 끝에 꽃을 피운다. 눈길을 끈다. 아직 꽃을 못 피운 사람도 있다. 감내할 고통도 남았다. 그래도 실망은 하지 않는다. 먼저 핀 꽃, 먼저 질 것이라는 현실 앞에서. 어떤 사람은 고목으로 산다. 삶의 길에서 어느 일순간도 실패의 길에 들어설 수 없다며 늘 태만을 경계하며 남에게 그늘이 되어주고, 베푸는 자가 된다. 자만 보다 더 낮은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기쁨으로 여긴다. 시원하다거나 춥다고 하는 변덕스러운 사람의 마음에도 관대하였기에 벼랑에서도 탈 없이 살며 큰 울림 준다. 
 장미여, 따뜻한 햇살 서늘한 바람 잘 맞고, 달콤한 물 잘 마시자. 자연이어, 물을 달라 외치는 간절한 목소리 들리지 않게 하여 주길. 수많은 업적 세상에 남기도록 어두운 곳 밝게 하여주길.
 늦었지만 그동안 내 모자랐던 점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타인이 탓하는 것도 감득한다. 불만 소리 줄이고 관심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여기저기 개성 있는 타인들의 생각 듣고 모아 뼈와 살로 만들어야 한다.
 세상에는 음지양지가 많다. 내 마음에서 사회현상에서 요원한 관계다. 손을 잡으려 해도 허락해 주지 않고, 바동바동 손을 내밀어 잡으려 해도, 헛손질로 남아 있게 하여 실망뿐이다. 일 년 내내 사시사철 하루도 아니 단 한 시간도 만날 수 없는 햇볕과 그늘진 곳 딱한 관계, 음지에서 상승할 꿈, 양지에서는 하강하지 않을 꿈만 꾼다. 꿈을 꾸면서도 정말로 손잡기 어려운 사이는 되지 말자. 손잡지 못한다면 모두가 불행하다. 마음 따뜻해져 중간 지점에서 만나면 얼마나 좋으랴. 어떡하나 하는 마음 접어서 이제 시작하기로 하자.

장미꽃 // 고난 끝에 꽃을 피웠으나/ 아직 할 일은 남았다/ 받는 즐거움에 반겨 주는 일.//

김광수   시인.前 초등학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