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잘 살겠다고 굳게 약속을 했던 부부들이 등을 돌리고 갈라서는 일은 이제 예삿일이 되고 말았다. 도내 이혼율이 50%에 육박해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그런데 도내 이혼부부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니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제주지방법원의 집계에 따르면 도내에서 지난해 부부가 이혼에 합의한 뒤 법원의 합의만 받는 협의이혼 건수는 1755건으로 하루 평균 4.8쌍 꼴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 평균 5.8쌍(2112건)이었던 전년과 비교하면 247건이 줄어든 것일 뿐 아니라, 재판에 의한 이혼 또한 지난해 615건으로 전년 669건에 비해 54건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통계수치로만 본다면 제주도내 가정은 과거에 비해 많이 건강해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협의 이혼하는 부부만 하루 평균 4.8쌍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 재판이혼까지 합하면 이혼율이 줄었다고는 하나 평년과 비교해 오십 보 백 보다.
이혼은 건강한 가족제도를 위협하고 사회 병리현상을 부추긴다. 이혼율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닐 뿐 더러, 가정파탄으로 야기되는 자녀들의 정신적 피해나 건전한 전통사회의 붕괴는 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대가를 치러야 할 지 모른다.
물론 이혼에까지 이르는 데에는 갖가지 사유가 있을 것이다. 흔히 내세우는 성격차이나 고부간 갈등, 가정폭력, 경제문제, 배우자의 부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부부간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것이다.
그러나 이혼으로 인한 가정해체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도내 이혼율의 소폭 감소는 작은 변화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