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도 “왕”하면 고개 돌린다』. 어릴적 온 가족이 밥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할 때 아버님이 제게 하신 말씀이다. 소같은 짐승조차도 말하면 알아 듣는데 사람인 네가 어찌 못알아 듣느냐는 꾸짖음이었다. 평소 꾸중을 잘 안하시던 아버님께서 잘못을 한 저에게 한 유일한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나에게는 그 어떤 호통보다도 크고, 천둥같은 목소리로 가슴에 와 닿아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맹세의 자극제가 되었다.
어릴적 가난하고 대가족이었던 우리는 식사때만 되면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했다. 조금이라도 밥을 더 먹기 위해 아버지가 수저를 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쟁탈전을 벌여야 했고, 금새 동이 난 밥낭푼이를 보면서 너무나 아쉬워 숟가락만 빨던 그 시절! 지금에 와서는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
요즘에는 온가족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아이들은 학원으로, 부모는 맞벌이 생활로 제각각 서로 다른 시간에 혼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서로 대화할 시간은 커녕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같이 할 식구조차 없어 쓸쓸히 혼자서 끼니를 때우는 가정이 점점 들어 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때 우리 농협에서는 식사랑 농사랑 운동의 일환으로 관내 독거노인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따뜻한 밥상나누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농업인단체 회원이 직접 재배한 우리 농산물로 따뜻한 밥상을 만들어 자택으로 찾아가서, 드시는 동안 같이 말 벗도 해드리고 집안 청소도 해드리고 있다. 주위의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따뜻한 식사를 하면서 훈훈한 정을 나누고자 하는 지역주민 사랑운동이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는 인성교육에 대한 범도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밥상머리 교육 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을 가족과 함께 하는 밥상머리 교육실천의 날로 정하고 전 직원이 정시에 퇴근해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자는 것이다. 밥상머리에 둘러 앉아 소통과 공감의 시간을 가지면서 인성을 함양하고 기본예절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내 아이를 위해, 내 가정을 위해, 아니 내 자신을 위해 온 가족이 밥상머리에 둘러 앉아 오순도순 정겨운 시간을 갖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세상이 점점 더 각박해지고 정신없이 돌아가지만 하루 속히 따뜻한 밥상나누기 운동과 밥상머리교육 실천운동이 널리 전파되어, 모든 가정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밥상머리에 둘러 앉아 사랑을 나누는 따뜻한 세상,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NH농협은행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출장소 지점장 이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