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세계 가정의 날’
올 들어 594건 접수···재범률도 높아 ‘악순환’
“인식변화·주변의 적극적 관심” 절실히 요구
A(55)씨는 평소 가정불화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아내와의 다툼이 비일비재했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A씨는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늘 술과 함께 했다. 특히 그는 술만 마시고 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내와 아이들을 때리는 괴물로 변했다.올 들어 594건 접수···재범률도 높아 ‘악순환’
“인식변화·주변의 적극적 관심” 절실히 요구
심지어 손에 잡히는 물건까지 죄다 집어던지는 등 온갖 폭력과 폭언이 난무했지만 주변에서 이를 알아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A씨와 같은 가정폭력 문제로 지난 한 해 동안 제주가족사랑상담소에 접수된 상담은 무려 1900건. 올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594건이나 접수됐다.
올 들어 접수된 가정폭력 피해자 연령별로는 40~49세가 161명으로 가장 많았고, 13~19세(117명), 13세 미만(103명), 30~39세(102명), 50~59세(55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피해 유형별로는 정서적 학대가 601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신체적 학대도 114건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제적 학대도 40건, 성적 학대도 9건이나 됐다.
이처럼 정서적·신체적 학대 등을 포함한 가정폭력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지만, 가정폭력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정폭력을 단순 집안일로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외부로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범 검거 현황은 2011년 58건에서 지난해 96건으로 66% 급증했다. 특히 가정폭력 재범률도 2011년 40.9%, 지난해 31.2%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피해 여성 중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8.3%에 불과했으며, 신고한 이후에도 남편이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경우도 46.5%나 됐다.
이러다 보니 가정폭력을 경험한 자녀들이 사회나 학교에서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가정폭력이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 변화와 함께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제주가족사랑상담소 관계자는 “가정폭력은 재발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주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UN은 가정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1994년 매년 5월 15일을 ‘세계 가정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정부와 지자체에서 다양한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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