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원 오저여’ 진입로 위험천만 통행
‘행원 오저여’ 진입로 위험천만 통행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3.0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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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추락방지 시설 없어···안전 사각지대화
휠체어 탄 30대 장애인 바다에 빠지는 사고도
▲ 지난 10일 황씨가 아들이 빠진 사고 현장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명소인 구좌읍 행원리 오저여 일대에 제대로 된 주의 표지판이 없어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최근 한 관광객이 물에 빠져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에도 행정당국은 눈가림식 조치만 취해 빈축을 사고 있다.

황모(63·인천)씨는 대가족 함께 제주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에는 지체장애 1급인 아들 황모(39)씨도 함께 했다. 여행 2일차인 지난 3일 황씨 가족이 제주시 구좌읍 인근 해안도로를 지나고 있을 때, 행원리 육상양식단지 내에 있는 오저여가 눈으로 들어왔다.

낚시하기 좋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 오저여 일대는 경관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주변에 소공원도 조성돼 있어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여기에 지난해 5월 개장한 제주올레 20코스와 근접해 있다 보니 최근 들어선 탐방객들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황씨 가족도 달리던 차를 멈추고 오저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황씨가 뛰어난 경관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사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던 아들 황씨가 2m가 넘는 주변 육상양식단지 침전조에 빠지고 말았다.

어렸을 적 불의의 사고로 지체장애를 갖게 된 그는 손에 종종 경련이 일어났다. 당시 손에 순간 경련이 오면서 전동휠체어를 잘못 조작해 그만 물에 빠지고 만 것이다. 게다가 휠체어 안전벨트를 맨 채 빠지다 보니 스스로 뭍으로 나올 수도 없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황씨는 물 속으로 뛰어들어 재빨리 휠체어 안전벨트를 푼 뒤 아들을 끌어 올렸고, 아들 황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제주시내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에 도착한 아버지 황씨가 의료진으로부터 들은 대답은 “힘들 것 같다”는 말이었다. 어릴 때 사고로 가뜩이나 안 좋은 폐에 물이 많이 찼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메던 황씨는 기적적으로 회복, 사고 발생 7일째 되던 날인 9일 중환자실을 벗어날 수 있었다.

아들이 회복하자 황씨는 제2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주시에 전화를 걸었다. 사고 현장에 방호울타리나 경계석 등의 안전시설물이 전무한 데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안내문 마저도 침전조의 물고기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시는 양식장 소관이라는 대답을 늘어놓으며 대책 마련은 뒷전인 채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 이에 화가 난 황씨가 제주시청을 직접 찾아 강력히 항의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황씨 사고 이후 제주시에서 설치한 노란색 안전선이 끊어진 채 바람에 날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사고 현장을 확인한 결과, 행정당국이 취한 조치는 노란색 안전선을 설치한 것이 전부인 데다 그 마저도 바람에 의해 끊어진 상태였다. 황씨는 “행정당국에서 취한 조치라는 게 고작 이게 전부라니 그저 황당할 따름”이라며 씁쓸해했다.

주민 양모(39)씨는 “오저여 일대는 장애인을 비롯해 어린이가 물에 빠질 수 있는 등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던 곳”이라며 “행정당국에서 안전사고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읍면 이장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확인 점검했다”며 “읍면에서 다음달 중으로 안전시설물을 설치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올레담당 및 해양수산부서와 협의해 주의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안전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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