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군인의 노래-송순강
늙은 군인의 노래-송순강
  • 제주매일
  • 승인 201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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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이다. 칠성로 상가를 순찰 중이던 나는 모 고등학교 3학년, 친구 셋이서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걷는 학생들을 파출소로 데려온 적이 있다. 이중 한 놈은 해병대 상사 아들도 있었다. 나는  이놈들아! 좋은옷 입고 싶냐, 짜장면 먹고 싶냐, 아니면 술을 더 시키고 싶냐, 아서라 말하라, 파출소로 데리고온 이유는 당시 금지곡 이였던 “늙은 군인” 의 노래를 길거리에서 불렀다는 이유 였다. 한 시간정도 훈방조치로 풀려 보냈다, 왜! 그 노래가 금지곡이 되어야 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자! 어떤 가사였기에 금지곡이 되었는지 30년 전 시계 바늘을 돌려 노랫말을 살펴보자.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 꽃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년 /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랐느냐 / 나 죽어 이 흙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 아들아 딸들아 서러워 마라 / 너희들은 자랑스러운 군인의 아들이다./
이 노래가 김 민기 작사 작곡, 양 희은 가수가 불렀던 노래다. 지금에 보면 그 노래가 왜 금지곡이 되어야 했는지 지금도 의문이 간다. 청춘을 푸른 군복에 싫어 보내고 퇴역을 앞둔 늙은 군인의 마음을 답답하게 묘사한 노랫말은 건전 가요로 뽑혀도 부족함이 없을 터인데 말이다. 아마도 그때 그 시절 총,칼 을 앞세운 쿠데타 정권을 장악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한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굳이 군사 정권을 거론치 않더라도 그 당시 군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 은 심각한 수준 이었다. 여대생 들을 대상으로 남편감으로 묻는 설문 조사에서 군인은 2위에 올랐다. 1위는 민간인이고 나머지 대안은 없었다는 우스개 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 군인이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신뢰 받는 집단으로 문항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민심이 달라졌다. 정치군인들이 물러가고 군의 본연의 임무에만 전념한 덕분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남.북 정상 회담 때는 김 장수 전 국방부 장관이 꼿꼿한 자세로 북한의 김 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신문과 방송이 대대적 으로 보도 되는 바람에 군인 인기가 절정에 달했다. 늙은 군인의 노래가 금지곡에서 풀려나고 앳된 처녀였던 가수 양 희은이 넉살 좋은 아줌마가 되었을 만큼 군의 이미지도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 처럼 어렵게 회복한 군에 대한 신뢰에 치명적으로 흠집을 입힌 사람이 있다. 박 근혜 정부의 초대 국방 장관으로 지명 되었다가 낙마한 김 모 후보자다. 잘 알다시피 천안함 폭침 사건 애도 기간에 골프를 쳤다. 연평도 폭격 사건 직후에는 부인과 일본에 온천 관광을 다녀온 사실등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거기에다 육군 대장으로 퇴역한 후 무기 중개업체에 취업해 전관예우 까지 받은 의혹까지 거론되어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전관예우 등 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사람이 10명도 넘는데 왜 하필 김 국방 장관 후보자만 비난 여론이 넘치는지 또한  김 후보자만 비난 여론이 표적이 되어야 하느냐 는 항변이 나올수도 있다, 군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서운한 마음을 감추기 힘든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군은 여타 공직에 비해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특수 조직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군인들이 저지른 원죄는 잠시 밀쳐두자 천안함 폭침 사건등으로 꽃다운 장병들이 희생된 위기 상황에서 골프를 쳤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김 후보자는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아닐까? 화려 했던 대장 계급장을 디딤돌로 삼는 엘레트들 보다 엄격한 규율속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일선 군인들의 모습에서 신뢰의 싹이 튼다는 사실을 지금에는 알아야 할것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 3주기 행사가 열렸다. 3년전 연평도 앞바다에서 꽃잎처럼 쓰러져간 46명 장병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행사였다. 그 날 희생된 병사들의 이름과 사진이 차례로 스크린에 비친다. 호국의 별이 된 용사라는 자막이 나오는 순간 오열소리가 커졌다. 사건후 수색 작업을 하다 순직한 한 주호 준위를 추모하는 영상이 였다. 35년 세월동안 묵묵히 소임을 다 하며 부사관으로 지내다 마지막 생명의 불꽃마져 부하들을 구출하는 작업에 바친 그런 사람이 신뢰를 주는 참 군인이 아닐까. 오늘 저녁에는 그 날 함께 훈방했던 고등 학생들과 늙은 군인의 노래를 목청껏 불러보고 싶다. 아들아 딸들아 서러워 말라 /너희들은 자랑 스러운 군인의 아들이며 딸들이다.
                                   제주시 산림조합 이사  송 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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