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여성관련 기관-단체들이 많다. 제주발전연구원에 여성정책연구센터가 있고, 설문대여성문화센터도 있으며 여성취업알선 기관도 따로 있다.
어디 이뿐인가. 도와 시 등 행정기관에는 여성 전담 부서가 있고, 주부교실 등 전국조직까지 골고루 있다. 여성관련 기관-단체가 부족해 여성 혹은 여성가족 연구가 소홀해지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면 한참 잘못 된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 갈 ‘여성가족연구원’을 새삼스럽게 신설하려 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에서 구태여 옥상옥(屋上屋)을 만들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역시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6개월짜리 ‘민생시책추진기획단’을 출범시킨 전례와 행태가 비슷하다.
특히 희한한 것은 제주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가 ‘여성가족연구원’의 업무를 기존 설문대여성문화센터나 제주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센터의 업무에 통합시켜도 된다며 반대 하고 있고, 제305회 도의회 임시회에서는 여성가족연구원 설치 조례의 심사를 보류하고 있음에도 제주도가 애써 성사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제주여성가족연구원’ 도민토론회를 열어 도의회를 압박하려는 전략인 듯하다.
그러나 관 주도형 토론회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진실로 여성가족 연구원 신설이 꼭 필요한가이다. 도의회 상임위가 주장하듯 여성가족연구원이 꼭 필요하다면 다른 여성 연구기관이나 단체에 지원을 강화해서 그 업무를 통합 수행토록 하는 게 훨씬 능률적이요, 도민의 혈세도 절약될 것이다.
기존 여성문화센터나 여성정책연구센터가 엄연히 있음에도 ‘문화’나 ‘정책’이라는 용어 대신 ‘가족’이라는 단어를 대체 삽입해서 마치 다른 여성연구 기관-단체들은 불가능한 업무를 수행할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도민을 우민시(愚民視) 하는 처사다.
도내에 여성관련 기관-단체가 수두룩한데 또다시 여성가족연구원을 설립하려는 것은 도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데서 나온 발상이다. 제주도 의회는 당연히 여성가족연구원 설립을 막아야 하거니와 그에 앞서 제주도가 스스로 백지화 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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