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남의 얘기가 아니다-오태익
이혼, 남의 얘기가 아니다-오태익
  • 제주매일
  • 승인 201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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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태 익

 인생 80년을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아니라고 우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통계청은 며칠 전 “작년 한 해 동안 결혼한 지 20년이 넘은 부부의 이혼 건수가 3만234건(전체 이혼의 26.4%)에 달해 결혼 4년 이하 부부의 2만8204건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2011년까지는 결혼 4년 이하부부의 이혼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엔 결혼한 지 10년 미만 부부의 이혼건수는 감소했지만, 1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 건수가 늘었다. 심지어 결혼해서 30년 이상 된 노인 부부의 황혼이혼이 1년 전보다 8.8%늘어나 8600건에 달했다. 혼인 통계를 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32만7100건으로 1년 전보다 2000건 줄었다. 경기 침체로 결혼을 미루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32.1세, 여자 29.4세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제주관련 지난해 이혼 건수는 1426건으로 하루 평균 3.9쌍이 이혼한 셈이다. 특히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나타내는 조이혼율은 2.5건으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인천(2.6건)에 이어 최고치를 나타내  상대적으로 인구 대비 이혼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득불 갈라서야 하는 마음이야 아프겠지만, 한 해 동안 1426건, 하루 평균 3.9쌍은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다. 주위에서 들리는 이혼 소문이 별로 없었기에 그렇다. 1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하고 이혼을 하는 사람들은 성격차이니 뭐니 하지만 남모르는 아픔이 있었을 터이다. 자녀문제 재산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을 모르고 덜컥 이혼에 나설까. 아닐 터이다.
특히 10년은 그동안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음에도 잘 헤쳐 온 기간이 아니던가. 비 오고 바람 부는 세상에 살면서 남은 인생도 꺾이지 않을 용기가 있지 않던가. 그럼에도 시련은 오는 것,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지 않았겠는가.
 교통사고가 꼭 남의 일이 아니듯이, 이혼도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무관심 속에 이혼의 싹이 트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요즘은 여자가 이혼을 신청하고 남자가 이혼을 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전엔 당치 않은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혼의 위기에 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혼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모른다. 글쓴이도 수십 년 전 질병으로 공직도 사퇴하고 아무런 희망이 없는 심각한 이혼 위기에 처했었다. 이제 결혼 31주년을 넘기고 있으니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한 보람이 있다.
 아인슈타인은 유머에도 천재였다. 그는 ‘상대성이론’의 정의를 이렇게 말했다. “한 남자가 예쁜 여자와 한 시간 동안 나란히 앉아 있으면 그 한 시간은 1분으로 생각되겠지요. 그러나 그가 뜨거운 난로 옆에 1분 동안 앉아 있으면 그 1분은 한 시간이나 되게 느껴질 거요. 그게 바로 상대성이오.”라고. 상대성이론을 꺼내지 않더라도 생활에 큰 파도가 없을 때는 사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지만, 폭풍우가 몰아칠 때는 정말로 힘든 것이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이혼이 해결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으로 착각하여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결혼생활을 이혼으로 매듭짓지 않고 잘 나가는 것은 용기다. 무슨 어려움도 이겨낼 용기다.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이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동물도 인간이다. 당연히 동물에겐 어려움을 헤쳐 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없다.

어떻게든 주변에서 결혼할 배우자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는 경우를 보게 된다. 지난해 제주남자와 외국여자가 만나 결혼한 건수는 320건, 제주여자와 외국남자의 결혼건수는 62건으로 전년도 대비 급증한 것이라 한다.
 이혼, 이제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일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볼 때이다.

오태익 제주매일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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