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제성마을 게이트볼 장 부실공사 논란은 탁상행정에 의한 예산집행이 얼마나 국민혈세를 낭비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시는 지난 2010년 7월 사업비 1억7958만원을 투입하여 연동 2442~4번지 일대 2432평방m 규모의 어린이 놀이터를 조성했다. 놀이기구와 야외운동시설, 탄성바닥포장, 인조잔디 게이트볼장 등을 갖춘 시설이다.
그런데 지난 16일부터 게이트볼장 포장을 철거하여 인조잔디를 다시 조성하는 등의 공사를 하고 있다. 사업비 2361만원이 투입되는 공사라고 했다. 2억원가까운 예산을 들여 조성했던 시설을 3년도 안돼 뜯어 고치고 있는 것이다. “게이트볼 장 경사가 심해 공이 구석으로 흘러 경기 진행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당초 설계나 시공단계에서 이를 걸러냈어야 했다. 시가 설계부실이나 공사부실을 몰랐다는 것밖에 아니 된다. 알고도 공사를 강행했다면 또 다른 의혹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설계나 시공 전에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아까운 예산을 낭비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어느 경우든 행정의 난맥상을 드러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시 관계자는 책임회피성 변명만을 늘어놓고 있다. “게이트볼 장 건설 때 배수 등을 위해 경사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시공이후 확인결과 기준에 어긋난 부분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원이 있어 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잘못이 없지만 민원 때문에 재공사를 한다는 무책임한 소리를 하기 전에 먼저 잘못된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근거로하여 재공사를 하는 것이 순서인 것이다. 변명이 행정의 잘못을 덮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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