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멍햄서사주! 나도 일 호꼼 시켜줘게(문원영)
오멍햄서사주! 나도 일 호꼼 시켜줘게(문원영)
  • 제주매일
  • 승인 201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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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8시 출근길.  노형초등학교 건널목 앞, 벌써 ‘실버선생님’들께서 아이들 등교길을 지도하고 계신다. 저녁 9시 퇴근길. 집 앞 클린하우스앞을 지키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시청 주차장 앞에서 양심주차장을 지키는 분들. 향교나 삼무공원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열심히 설명하고 계시는 어르신들 얼굴이 참 반갑다. 이분들 모두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시는 분들이다.
  올해 제주시 노인일자리사업에는 65세 이상 80세 어르신들 1,800여분이 25가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 지난 2월 일자리 신청 접수기간에 85세 어르신께서 지팡이 짚고 시청까지 오셔서 “오멍햄서 사주, 나도 일 호꼼 시켜줘게”라고 하신 일.  초과 접수된 200여 분을 설득하는데 진땀을 흘리던 일까지. 걱정 반 우려 반이던 나의 생각이  두달이 된 지금 완전히 바뀌었다.
  귀가 어두운 어르신이 일하고 싶다고 간곡히 이야기 하셔서 2인 1조로 배치하였더니 두분이 그렇게 서로를 챙기고, 얼마나 꼼꼼히 일하시는지 보람을 느낀다는 동사무소 담당자.  보육교사 도우미 할머니들은 “빙떡 만들기”체험 교실을 했더니 어린이들도 선생님들에게도 인기 짱이다. 한올 한땀 사업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은 자신의 끼와 아이디어를 가감해서 지갑이나 소품들을 만들어내신다. 향교에 근무하시는 할머니 가방에는 족보가 들어있다. 향교에 대한 내용을 일본어로 소리 나는 대로 써놓은 컨닝 페이퍼. 이분들을 보면 얼마나 곱고 아름다워 보이는지 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물론 어르신들이라 당신만의 고집과, 조금은 느린 몸놀림, 주3일 1일 3시간 이란 근무시간의 단점으로 수요처에서 꺼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참여 조건이 기초노령연금 수급자에 한정되고, 월 20만원의 임금이어서 많은 분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신다.
  내게 바람이 있다면 노인일자리 참여자도 당당한 근로자로 인식되어, 앞으로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행복한 제2의 인생을 도와줄 대안이 되어주길 바란다.
  오늘도 출근길 인사드립니다. “일하시기 어떵허우꽈? 다른 사람이영 말도 허곡, 오멍해사 건강해짐니다”

제주시 사회복지과 문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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