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샤워실도 없는 기가막힌 '국제경기장'
화장실, 샤워실도 없는 기가막힌 '국제경기장'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3.0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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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매일 포커스>제주시생활체육공원

▲ 제주생활체육공원 내 축구장. 박민호 기자

제주종합경기장 버금가는 시설 불구 '활용못해'...이번엔 '파크골프장' 추진 논란

지역 스포츠 활성화와 전지훈련 유치 등을 위해 조성된 제주시생활체육공원이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사실상 방치, 전형적인 전시행정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제주도가 ‘파크골프’장 조성계획을 밝히면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제주시는 2004년 문화관광부의 복합 체육 시설 건립 지원을 받아 제주시 회천동 산1-2번지 3만9000㎡(1만1800평)에 축구장을 비롯해 테니스장(8면), 농구장(1면), 배구장(1면), 배드민턴장(2면), 조깅(산책)로, 게이트볼장(1면), 간의골프장(3홀) 등을 갖춘 복합 스포츠공원을 조성했다. 단일 규모로는 제주종합운동장을 제외하고 제주시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다.

이후 2006년 제주시는 9억 원의 추가 예산을 투입, 조성당시 마사토 운동장이던 축구장을 국제경기도 치를 수 있는 정규규격(105m×68m)의 인조잔디와 관람석(1000석)을 갖춘 축구장으로 조성한다.

당시 제주시는 이 축구장을 지역 내 초.중.고 축구팀과 축구동호인들에게 경기장 및 훈련장으로 제공, 생활체육 활성화와 전지훈련팀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화장실과 샤워장, 휴게실 등 기본적인 편의 시설이 없어 사용에 불편함이 많다는 지적은 조성 이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시민과 동호회원들은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고, 환경(안개 등)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이곳을 찾아 운동을 한다. 그나마 이만한 운동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가 공원 이용객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파크골프장’ 조성계획을 밝히면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용 활성화를 위해 몇 차례 회의를 통해 ‘파크골프장’을 조성키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용실적이 거의 없는 간의 골프장과 배구장, 농구장 등의 부지에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체육인들은 이 같은 계획에 “제주도가 근본 적인 대책마련 없이 시설만 늘리는 ‘탁상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공원 내 뜯어진 벤치. 박민호 기자

국제규격 갖춘 축구장...전지훈련 1년에 5회 그쳐

생활체육공원이 조성 10년. 현장을 찾았다. 지역주민과 선수들이 함성과 땀 냄새가 운동장을 가득 메울 것이란 기대와 달리 공원은 텅 비어있었다. 

오랜 시간 이곳은 사람들이 찾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자물쇄로 잠긴 시설물과 녹슨 채 방치된 체육시설들. 공원 내 벤치와 비가림 시설 등은 이미 뜯어져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체육공원에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주시 봉개동과 회천동, 조천읍 등과 경계를 마주한 이곳은 조성 당시부터 입지에 대한 말이 많았던 지역이다. 공원 내 주민들을 위한 산책로 등이 조성돼 있지만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해당 지역 주민들은 각 마을 내 학교 등에서 운동을 한다. 굳이 생활체육공원까지 갈 이유가 없다. 번영로 확장 이후에도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공원 내 수많은 시설 중 동호회가 많은 축구장과 테니스장 이외의 시설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그나마 축구장을 찾는 사람들은 “시내에 운동장이 없어 가는 것”이라며 “거리도 멀고 불편한 게  많지만 그나마 이곳에서 운동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국제규격의 축구장을 조성, 국내외 전지훈련팀 유치에 나설 것이라는 제주시의 말과 달리 이곳에서의 전지훈련은 1년에 5회 정도 뿐이다. 그나마 치른 대회도 대부분 도내(친선) 대회로 사실상 동네대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사용한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테니스장. 박민호 기자

물 한모금 마실 곳 없는데 전지훈련 오겠나...테니스장은 지난해 단 2차례 사용

그나마 축구장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제주시 연정구장을 제외하면 제주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테니스장의 경우 지난해 연합회장배 1회, 클럽팀 사용 1회 등 단 2회 사용에 그쳤고, 2011년에도 7차례(개인사용3회 포함)에 불과했다.

이곳을 찾는 체육인들 대부분은 경기장 조성에는 긍정적이다. 체육 인프라가 부족한 제주에 이만한 시설이 있는 것에 감사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곳에 경기장만 있고 편의 시설이 없다는 것. 생활체육공원에 있는 편의 시설이라고는 간의 화장실 1개가 전부. 작은 대회라도 있는 날이면 화장실 앞에 장사진이 펼쳐지는 진풍경이 반복되고 있다.

“시내에서 거리가 먼 곳인 만큼 운동 후 샤워라도 하고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불편하다”는 체육 관계자들의 푸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휴게실과 비품 보관실 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샤워장과 화장실은 체육시설에 기본이다. 이 같은 시설이 없어 대규모 대회도, 전지훈련 팀도, 심지어 지역주민들도 이곳을 외면하는 것이다.

“물 한모금 마실 공간도 샤워실도 없는데 어떤 팀이 그곳에서 전지훈련을 하겠나” 지역 테니스계 관계자는 생활체육공원 테니스장을 볼 때마다 속이 터진다.

이 관계자는 “경기장 이용을 위해선 관리 부서로 공문을 보내야 한다. 경기장 관리인도 없어 이용에 불편함이 많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어 “제주시는 매년 전지훈련 최적지로 홍보하는데 있는 시설도 제대로 활용 못하면서 무슨 전지훈련 이냐”며 “내년 전국체전 때도 이곳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상태로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다. 타 지역 선수들 보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체전 관련 업무를 총괄 하고 있는 전국체전기획단 관계자는 “내년 테니스장 코트정비를 통해 전국체전 경기(연습)장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며 “아직 정확한 보수 계획이 잡혀있지 않다. 체육(테니스)계의 의견을 수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비 부담으로 신축 경기장 없이 수십 년 넘은 경기장을 보수해 사용해야 하는 제주도 입장에서 경기장 보수는 코트정비 정도로 끝날 것이란 게 테니스계의 시각이다.

지역 테니스계는 이곳에 비가림 시설과 편의 시설 등을 갖춘 경기장을 만들면 전국최고의 테니스 전지훈련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체 “건축제한 지역이라 해당 시설물에 대한 신축이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기장은 있는데 활용하지 못하는 시설. 그야말로 잘 차려진 밥상에 수저가 없어 밥을 먹지 못하는 모양새다.
 공원 내 유일한 편의 시설인 이동식 화장실 벽면에 붙여진 ‘전지훈련의 최적지 제주시로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는 홍보 표어가 쓴 웃음을 자아낸다. 

▲ 이동식 화장실 벽면. 낮뜨거운 전지훈련 홍보 현수막. 박민호 기자

회천동이 어려우면 조천읍에 만들어라

체육공원 내 편의시설 신축은 정말 어려운 것일까.

생활체육공원 하수도가 없다. 제주도 도시조례에 따르면 동 지역(옛 제주시)의 경우 건축물 200m이내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연결되는 공공하수도시설이 있어야 만이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결국 제주도의 도시계획조례가 개정되지 않으면 이곳에 건물 신축은 어려운 상황.

지난해 논란 끝에 제주도의회에서 부결된 이 개정조례안은 개인의 재산권 침해, 완화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 완화 뒤 ‘난개발’ 우려 등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지난해 4월 23일 상임위원회에서 수정ㆍ가결됐지만 이틀 뒤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해 제주도의회에서 부결된 조례를 ‘개정조례규칙심의위’를 구성, 행정절차 진행 중이다”며 “개정안은 이달 말 제주도의회 제출, 내달 상임위 심의 후 빠르면 6월 중 시행이 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조례 시행된 이후에도 문제는 있다.

현재 번영로에는 공공하수 시설이 없다. 생활체육공원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를 처리하기 위해선 번영로 입구(명도암 입구)까지 새로 하수관을 연결해야 한다.

결국 해당지역의 난개발과 수십억 예산의 추가 투입은 불가피한 상황.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해당 시설과 인접한 토지를 매입, 샤워시설 등을 갖춘 관리 시설을 만드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생활체육공원은 폭 1.5m 크기의 농로를 중심으로 제주시 회천동과 조천읍으로 나뉜다.

경기장과 인접한 조천읍 지역에 토지를 매입, 편의시설을 지으면 되는 것이다. 공원 내 운동장과의 거리도 20~30m에 불과해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

현재 제주시 읍면지역(옛 북제주군)의 경우 제주도 도시계획 조례가 적용 되지 않아 200m 거리 제한 없이 ‘침투식 정화조’ 방식으로 건물신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편법 건축물 논란과 해당 토지주들의 반발 등은 행정과 지역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 제주시생활체육공원 전경. 박민호 기자

도, 다시 '파크골프장' 추진...현장 목소리 외면하는 '탁상행정'

이런 가운데 제주도(스포츠산업과)가 이곳에 10억 원(국비5억, 지방비 5억)의 예산을 투입, ‘파크골프장’을 조성키로 하면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제주도는 체육공원 이용객 감소가 시설물 노후 및 불필요한 체육시설에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조성된 골프장(3면)과 배드민턴장, 농구장을 하나로 묶는 ‘파크골프장’을 조성 계획을 세웠다.

제주도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생활체육 공원 활성화를 위해 여러 차례 회의를 걸쳐 나온 결론”이라며 “파크골프장이 완공되면 보다 많은 시민들이 체육공원을 찾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경기장 조성 계획에 화장실 등 편의 시설도 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거기는 건축 제한 지역이라 화장실 신축은 어렵다”고 말했다.

파크골프장 조성계획을 전해들은 체육계관계자는 “제주도가 근본적인 해결 없이 지난 10년간의 잘못을 또다시 되풀이 하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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