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제33회 장애인의 날’
차량통행 제한 ‘볼라드’ 마구잡이 설치 보행 위협
좁은 인도 가운데 가로등 세워져 이동 불편함 가중
차량통행 제한 ‘볼라드’ 마구잡이 설치 보행 위협
좁은 인도 가운데 가로등 세워져 이동 불편함 가중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주변이 장애인의 이동권과 편의를 무시한 채 조성돼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차량진입을 막기 위해 곳곳에 무분별하게 설치된 볼라드가 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볼라드는 횡단보도 인근 인도나 보도 턱이 없는 곳에 자동차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시설물로, 도심 곳곳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현행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라 볼라드는 높이 80~100cm, 직경 10~20cm에 1.5m 간격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다. 특히 보행자 안전사고를 대비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야 하며, 전면 0.3m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형 블록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볼라드가 도심 곳곳에 마구잡이식으로 설치되면서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제약하고 있다. 특히 제주지방합동청사 주변에 설치된 볼라드의 경우 화강암 또는 콘크리트 등 딱딱하고 날카로운 재질로 돼 있는 데다 어두운 색이다 보니 저시력 장애인들이 부딪혀 다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볼라드가 규정을 무시한 채 설치돼 있는 곳도 있어 좁은 간격 탓에 전동휠체어가 지나가지 못하는 사례도 적잖게 일어나고 있다.
‘제33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이틀 앞둔 18일 오전에 찾은 제주지방합동청사 주변.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한 볼라드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무분별하게 난립한 볼라드는 한 눈에 봐도 보행자 안전사고가 우려될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시각장애인 딸을 두고 있는 양모(42·여)씨는 “딸 아이가 합동청사 주변을 산책하고 싶어하지만, 혹시나 다칠까봐 걱정이 앞선다”며 “그래서 집주변을 한 두 바퀴 도는 게 고작 전부”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볼라드가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장애인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물로 전락하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경헌 제주장애인연맹(DPI) 사무처장은 “장애인들은 볼라드 설치 만으로도 엄청난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며 “최소한의 공간 확보도 하지 않은 채 볼라드를 설치하다 보니 장애인 이동권이 크게 제약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다른 지역 지자체의 경우 볼라드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허리 높이까지 설치한 뒤 주변에 야광띠를 두르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행정당국의 빠른 조치는 물론 도시 디자인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