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자라나는 나무(송순강)
함께 자라나는 나무(송순강)
  • 제주매일
  • 승인 201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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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도 사계절이 있다면 봄이야 말로 다체로운 표정을 지닌 계절이다. 긴 겨울을 이기고 홀로 피워낸 매화 향기와 고고함이 있는가 하면 화려하게 꽃비를 날리는 벚꽃의 화려함도 있다. 여러 나무 잎들이 빚어내는 연두빛 실록이며 무채색의 겨울 들판을 온통 초록으로 바꿔 놓는 보리밭의 싱그러운 표정은 또 어떤가  다체로운 표정이 봄의 봄을 두루 만나고 싶다면 걷기가 정답이다. 제주의 올레길 그리고 산과 오름을 걷노라면 모든 감각 기관이 봄 기운을 느낄수있다. 또 다른 부드러운 흙길도 있지만 용암의 활동으로 쇄설물 이 된 부드러운 송이가 비자림  흙길 보다는 사각 사각 소리 내는 송이 길이 더욱 좋다.
오솔길을 실록과 햇빛 사이로 꽃향기가 겹쳐지는 숲길을 걷는다. 생전 처음 찿아온 연로하신 남,녀 노인들도 땅을 보고 숲을 보고 절로 탄성이 나온다. 나무와 야생초 무엇 하나 사연이 있다. 제주 평대리 비자림 숲은 내국인만 아닌 외국인들도 자연의 사연을 감탄한다. 천천히 숲길을 걷다보면 하늘을 가리는 비자나무 그늘 속에 빨간 앵두 같은 열매가 사람들을 붙잡는다.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운 열매인 백량금, 혹독한 그 추위도 이겨내 봄의 찬가를 부른다. 뱀 딸기가 기지개를 펴고 꾸지봉 열매도 숲 속의 속살을 내비친다. 봄의 교향악 이 울려 퍼질 때 젊은 여인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걷는 이들에게 길을 멈추게 한다. 수 백년이 흘러간 비자나무를 둘러싼 나무들 중엔 착한 나무도 있다. 후박나무. 머귀나무. 그리고 팽나무(제주 폭낭) 등 모든 나무에 기생하는 콩짜개란 줄기가 감싸 안는다. 야생초에서 찿기 힘든 흑 난초도 실록이 햇빛 사이로 새 소리가 지절거리며 꽃향기와 겹쳐진다. 붉은 자주과불 주머니 꽃이 나무에 숨겨 시집 갈 날을 기다린다. 하얀색의 님을 찿는 으라리 꽃도 너무 곱다. 여기에다 질세라 막삭줄 과 제비꽃이 어우러져 사랑을 한다. 좀현 호색도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숲길을 걷다 잠시 나무 하나 하나 쓰다듬는다. 그 중에 초연히 쓸고간 깊은 계곡  양지녘에 가곡으로 유명한 비목 나무도 우리 가슴에 와 닫는다. 우리 역시 좋아 하는 나무도 있다. 반대로 싫어하는 나무도 있다. 바로 자귀나무다. 봄에서 가을 까지 빨간 열매는 아름답다 하지만 이 나무는 귀신 나무라 한다. 집 정원에도 심지 않는다. 미국 서부 해안에서 자라나는 “세퀘이아” 는 참 좋은 나무다. 이 나무는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지 않고 땅 표면에 뻗어 있다. 강풍이 불어도 혼자 자라지 않고 여러 숲을 이루며 서로 뿌리를 얽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나무가 나무를 죽여 버리는 나무도 있다. 우리 반도에 자생하지는 않지만 아주 나쁜 나무가 바로 “교살목” 나무다. 교살목은 다른 나무를 죽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는 무시무시한 나무다. 직접 보아도 공포에 질릴 만큼 징그러운 모습으로 있는 나무다. 실제 생긴 모습도 무섭지만 숲속에선 자신이 태어나고 잘 자라도록 도와준 양부모 같은 나무를 결국 죽여 버리는 행동도 마다하지 않은 잔인한 나무다. “교살목”이 자신이 태어나 의지해 살았던 숙주 나무를 죽이는 특징을 지닌 무화가는 나무속의 나무들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인도. 호주.등 열대 지방에 널리 분포 되고 있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기둥을 보면 커다란 뱀처럼 칭칭 감고 자라면서 나무와 뱀이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포의 이 나무가 우리 반도에 자생 하거나 천년의 비자나무에 목을 조이는 교살목이 상생한다면 끔직하다. 대저 교살목이 우리 나무와 비교하는 것도 있다. 애국가 2절에 남산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일제 강점기 때 소나무는  망국의 나무라 하여 일본인 손에 무참히 베어버림을 당한 것은 우리들에게 교살목 보다 더 큰 비극이다. 그래서인지 비자림 에는 소나무가 없다. 대신 비자나무 숲에 소나무 과인 곰솔(海松) 나무가 하늘을 찌르듯이 울창하다. 꽃과 나무가 다시 중심으로 뿌리로 내려간 긴 겨울 동안 함께 견디어 새봄에 우리들의 가슴에 닫는다. 그 또한 비자나무와 곰솔이, 제주에 남겨준 숲과 함께 자라나는 나무들은 영원히 우뚝 서 있을 것이다.

                             제주시 산림조합 이사   송  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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