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의 결식아동 ‘부실 도시락’사건에 이어 터진 제주시의 우유 ‘배달사고’는 도내 사회복지정책이 배달사고가 난 우유처럼 줄줄 새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우유업계가 ‘입막음 로비’까지 벌이려 했다는 데에 이르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제주시가 사후약방문 격으로 지난해 우유공급 대상자 1260명 전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우유공급 대상자 4명 가운데 30%인 1명은 우유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할 경우 제주시가 지난해 공급업체에 지급한 우유대금이 1억50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4000만 원어치의 우유가 증발한 셈이다. 또 우유 공급을 시작한 2000년부터 계산하면 지난 5년 동안 중간에서 샌 돈이 얼마가 될 지 추정하기 어렵지 않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건강증진과 우유 소비기반 확대를 통한 낙농가의 소득증대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우유 무상 공급사업이 결과적으로 업자들 배만 불린 셈이어서 저소득층 자녀나 낙농가나 모두 피해자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업계가 반성하기는커녕 김영훈 제주시장에게 관계자들을 보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입막음 로비’를 시도했다는 것은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고는 할 수 없는 행위다. 김 시장이 이들의 면담요청을 물리치고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으니 망정이지 그들이 뒤에서 무슨 일을 꾸밀 지 모를 일 아닌가.
따지고 보면 이번 우유 배달사고는 우유업체의 후안무치(厚顔無恥)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제주시의 탁상행정이 빚어낸 합작품으로 사회복지정책의 총체적 난맥상의 한 단면을 드러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제주시는 사건 무마를 위한 로비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것으로 자위(?)할 때가 아니다. 이번 일로 인해 빚어진 예산낭비와 시정불신을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 관계 공무원과 업체 등에 납득할만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