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신축한 관광객쉼터는 2년 넘게 휴업상태여서 관광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없는 상태다(사진 오른쪽).
국토최남단 마라도의 관광 이미지는 각종 불법과 무질서 등으로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골프카트의 상업용 운행은 전면 금지됐으나 관문부터 시작되는 자장면집들의 과도한 호객행위와 이어지는 불법 노점상들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생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주민들과 불법이기에 규제해야만 하는 행정.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의점 도출이 시급하다.<편집자주> |
◆“규제만이 능사인가” 골프카트 갈등 고조
불법과 무질서의 온상이었던 골프카트 갈등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마라도에 처음 골프카트가 도입된 것은 2005년 ‘자동차가 없는 특구’로 지정 고시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3~4대에서 출발했으나 상업용으로 운행되다보니 83대까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고 이로 인한 각종 문제가 야기됐다.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호객행위. 관문인 살레덕 선착장은 그야말로 골프카트 주차장이나 다름 없었다.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호객행위는 기본이였으며, 일부 자장면집은 얼마이상 음식값을 지불하면 카트 1시간 대여라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주민들간에 과열경쟁으로 인한 몸싸움은 부지기수였으며, 이로 인해 방문객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안전사고 위험. 도로가 좁은 이면도로인데다 해안가 낭떠러지가 많아 제동장치 오작동시 참사를 부를수도 있다. 실제로 2009년 4월 어린이 3명이 관광객이 운행하던 골프카트에 치여 중상을 입었으며 2011년 9월에는 20여명을 태운 골프카트가 바닷가 낭떠러지로 돌진하다 장군바위 표지판에 부딪혀 가까스로 멈추면서 4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매해 크고 작은 카트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골프카트는 자동과 관련 종합보험 대상에서 제외되는데다 마라도 이면도로 자체가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지 않아 사고가 나더라도 아무런 형사·민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서귀포시는 마을 자체에서 자정노력을 할 것을 요구했으나 효과가 없자 2011년 11월 이면도로에 도로경계석을 설치하고 규제봉을 박는 등 극약처방을 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규제봉이 뽑히는 등 마찰이 계속돼왔다. 이에 행정은 감차보상을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법령에 위배됨에 따라 무산됐고, 현재 마라도 곳곳에는 멈춰버린 카트들이 녹슨채 흉물로 방치돼있다.
이에 주민들은 지난 2월 어항개발이 이뤄질때까지 ‘한시적 운행’을 허용해줄 것을 서귀포시에 청원했다. 주민들은 “마라도는 천혜의 어족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선박을 정박시킬 항구가 없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골프카트와 음식점 영업 등으로 생활을 영면해왔다”며 “카트 운행이 금지되면서 과거의 비참한 생활로 돌아갔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항구개발을 통한 어업소득 환경조성이 이뤄질 수 있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카트 운행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주민들은 “과도한 호객행위와 사고 방지를 위해 1세대 1대로 골프카트를 한정하고, 조합을 결성해 자체운영 규율제정준수 등을 지키겠다”며 항구개발이 이뤄지면 카트 운행을 제한하겠다“고 카트 운행을 허용해줄 것을 청원했다.
청원이 접수된지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서귀포시는 이렇다 할 대답을 주지 않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을주민 김춘엽씨는 “마라도에 포구가 있냐 뭐가 있냐, 카트 하나로 먹고 사는데…”라며 “옛날에 어렵게 살다 관광객 상대로 카트 운행이라도 해보겠다는데 행정은 이런 주민의 처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규제만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김씨는 “이면도로 옆으로 도로를 하나 뽑아 한쪽으로는 카트가 다니고 한쪽으로는 사람이 다니게 하면 안전사고 위협도 없을 것 아니냐”고 “카트가 안된다면 최소한 주민들 먹고 살 방안은 마련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피력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장애인, 노인분이 많이 오는데 이 분들은 여객선 시간(1시간~1시간 20분) 안에 마라도 한바퀴를 돌지 못한다”며 “카트가 안된다면 셔틀버스 운행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서귀포시 관계자는 “마라도 카트 운행허용 청원을 어떻게 처리할지 대책을 마련중이다”며 “아직까지는 확실한 방안이 나온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난립하는 자장면집
1997년 “자장면 시키신 분~” 이 한편의 CF가 마라도의 운명을 바꿨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그맨 이창명과 김국진이 나오는 이 이동통신 CF는 이창명이 울릉도 앞바다 물이 들어오는 배 위에서 물을 퍼내며 ‘자장면 시키신 분~’을 애처롭게 외치고 있고, 김국진이 휴대폰으로 ‘미안한데 말이야 내가 마라도로 옮겼어’라는 전화를 거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우스꽝스러운 CF이지만 그때부터 마라도에 자장면집이 생기기 시작했고 마라도=자장면이라는 공식이 성립됐다. 이후 ‘무한도전’, ‘1박 2일’, ‘인간극장’ 등에서 방영이 돼 유명세를 타면서 현재는 7곳이 장사를 하고 있다.
문제는 마라도 작은 면적에 자장면집이 난립하다 보니 이에 따른 과도한 호객행위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 마라도 관문인 살레덕 포구에서 위로 올라오다 보면 자장면집들이 호객행위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저마다 ‘원조’, ‘TV에서 방영한 곳’ 등의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하고 있으며, “제일 싸고 맛있다”, “맛없으면 돈 받지 않아요” 등 가게 어필에 바쁘다.
그러나 마라도와서 자장면을 먹고 만족하는 사람은 10명에 5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원조해물자장으로부터 시작해서 요새는 톳·미역짬뽕 등 메뉴는 다변화 됐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자장면 6000~7000원, 짬뽕 7000~1만원)으로 인해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낮은 상황이다.
더욱이 일부 자장면집 같은 경우 선불을 요구하기도 하고 불친절을 매해 서귀포시에 접수되는 관광불편 민원 1순위다.
특히 7곳 모두 손님을 더 받기 위해 불법 증개축을 했다가 지난해 행정으로부터 철퇴를 맞아 정비되기도 하는 등 불법이 난립하고 있다.
어느 자장면집에서 만난 관광객 양현승(37. 경기도)씨는 “포구 올라오자 마자 이어지는 호객행위에 눈살을 찌푸렸다”며 “유명하다고 해서 왔는데 맛도 별반 다를게 없는 것 같고 비싸기만 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인근에 왕호떡과 초콜릿을 파는 노점상들이 판을 쳐 관광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한시간도 안걸려” 부족한 관광인프라
마라도는 도보로 40~60분이면 충분하고 여객선 시간도 이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 이상 방문객을 붙잡아 둘만한 관광인프라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마라도 관광은 코스가 거의 정해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객선에서 내린 뒤 후다닥 한바퀴를 돌거나, 바로 자장면집으로 직행 둘 중에 하나다.
마라도 내에는 할망당과 최남단비, 등대, 성당, 기원정사, 교회 등 포토존이 많으며, 일몰 또한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2001년 문을 연 초콜릿캐슬(박물관)은 문이 꽁꽁 닫힌채 옆에 가판에서 초콜릿을 판매하고 있
는게 고작이다.
특히 마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쉬어갈 수 있도록 2003년 신축한 마라도 관광객쉼터(구 마라도 휴게소)는 2011년 3월부터 2년이 넘도록 개점휴업상태다.
마라도가 천연기념물 제423호로 지정돼 있어 문화재청이 인정하는 문화재특별관리인을 채용해야 하지만 2011년부터 문화재청 지원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타용도로 사용하려고 해도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한 현상변경허가절차를 밟아야 해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걷다가 지친 관광객들이 편히 앉아 쉬면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조차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귀포시 관계자는 “쉼터를 제주풍광 미술품 갤러리로 활용하기 위해 문화재청과 현상변경허가 절차를 진행중이다”고 설명했다.
◆방문객 안전 여전히 ‘빨간불’
마라도를 찾는 방문객들의 안전은 어느정도 개선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다.
지난해 태풍 볼라벤에 박살이 난 살레덕포구 난간은 최근에야 정비가 완료된 상황. 정비되기 전 6개월여 동안 살레덕포구는 임시방편으로 쇠파이프로 기둥을 박고 밧줄로 이은 뒤 ‘추락위험’이라는 팻말이 고작이었다. 마라도 관문인만큼 관광객들이 밧줄하나에 몸을 기대 사진을찍는 아찔한 상황이 흔히 연출됐었다.
특히 지난해 일가족 3명이 휩쓸리는 참사를 겪은 신작로 화물선 선착장은 별다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선착장에서 산책을 하던 일가족 3명이 갑기 들이닥친 파도에 휩쓸려 9살짜리 아들만 구조되고, 아버지는 숨진채 발견됐으며, 7살된 딸의 시신은 찾을수조차 없었다.
사고가 난지 8개월이 지났지만 안전난간 설치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월파지역이므로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위험표지판만 외로이 설치돼있다. 또한 앞에 구명튜브함은 찌그러져 있었고 구명튜브도 낡고 부서져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인 상황이다.
상업용으로는 제한됐으나 마을주민들이 화물용으로 사용하는 카트도 과속에 경적을 울리면서 다녀 방문객들이 흠칫하고 피하는 경우도 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