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 제주매일
  • 승인 201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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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이 물었다. “얼음이 녹으면 어떻게 되나”. 아이들은 “물이 된다”고 대답했다. 그때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그 아이는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고 했다. 아이들은 지식(머리)으로 말했고 한 아이는 감성(마음)을 이야기 했다.
 다음 장면은 미국의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이다. 토론수업이 한창이다. 주제는 ‘바다는 생물인가, 무생물인가’였다. 한국에서 간 학생은 대뜸 “무생물”이라고 했다. 다른 학생은 “생물”이라 했다. 설명인즉 “바다는 수많은 생명체를 품었고 그것들이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므로 생물”이라는 것이었다.
 배경이 바뀌어 서울의 어느 파출소. 아이가 찾아왔다.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손에 쥐고 있었다. 가까운 공원에서 주은 것이라 했다.
 경찰은 “주인이 나타나면 아저씨 돈으로 돌려 줄테니 1000원은 그냥 네가 가져라”고 했지만 “선생임이 남의 물건은 반드시 주인에게 돌려주라 했다”며 막무가내 거절이었다. 기특하고 착한 아이는 고아원에서 자라는 인근 초등학교 3학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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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의 두 사례는 인터넷에서 퍼왔다. 뒤 쪽은 기억에 남는 지나간 신문기사 미담 한 토막이다. 서바이벌 게임으로 망가져 버린 살벌한 교육현실이 기가 막혀 차용해봤다. 인성을 살찌우 는 감성교육, 자유롭고 발랄한 토론 교실, 착하게 아이들을 키우려는 선생님의 따뜻한 전인교육에의 꿈을 담고 싶었다.
 입시위주의 암기식 지식주입 교육은 학생들만 죽음으로 내 몰고 있다. 얼마 전 성적 상위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였다. 공부와 시험의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던 것이다.
 몇 년 전에는 초등 5년생이 스스로 목을 매 충격을 줬던 사건이 있었다. “숙제가 너무 많다. 성적이 안 오른다. 고민스럽다. 바다 속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 죽기 전 친구에게 보낸 이메일은 ‘성적위주 교육’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이자 고발이었다.
 성적비관이나 시험 강박증, 가정불화 등으로 자살하는 초중등 학생이 한 해 150명을 넘는다는 통계도 있었다. 사람을 사람답게 양성하는 교육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교육의 절망적 패러독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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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은 사람이 타고난 가치에 윤기를 더해 주는 것’이라 했다. 루소는 일찍이 “교육의 목적은 기계를 만드는 데 있지 않고 사람을 만드는 데 있다”고 했다. ‘교육의 도구화(道具化)를 경계한 것이다.
 아인스타인도 ‘지식위주 교육’을 염려했었다. ‘지식은 방법이나 도구로서는 날카로운 눈을 가질지 모르지만 목적이나 가치에 대해서는 맹목(盲目)’이라고 했다.
 국.영.수 위주의 입시교육, 반복학습과 선행 학습, 암기식 수업, 타율적 자율학습은 공교육 붕괴의 토양이다. 입시 편식증(偏食症)이 전인교육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30년 경력의 한 전직교사는 이러한 학교 교육현실을 타개할 해법으로 ‘대입제도의 혁명적 개혁’을 주문했다. 그의 제안은 우선, “수능시험을 자격시험으로 환원하라”는 것이다. 수능시험을 수학능력 판별 척도로만 삼고 내신중심 전형으로 대입제도를 개편하자는 것이다.
 심한 말도 했다. 대입자격 시험을 통과한 모든 대학입학 희망학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추첨을 통해 대학을 배치, 대학의 서열화와 사교육 기승을 막아보자는 것이었다. 시니컬하고 엉뚱한 발상이기는 하다. 오죽해야 이런 발칙한 말이 나오는가.
 제주 속담에 “아기업게(업저지)말도 들으라”고 했다. 엉뚱하고 황당한 소리라도 교육정책 입안자들이 허투루 넘길 일만은 아니다.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며 스스로 목숨을 버린 학생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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