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욱일승천기를 잠재운 이동국의 '산책'
日 욱일승천기를 잠재운 이동국의 '산책'
  • 제주매일
  • 승인 201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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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박지성 골 세러머니 재현

▲ 이동국. <노컷뉴스>
<노컷뉴스>이동국(34·전북)이 일본 축구의 심장부인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3년 전 박지성이 했던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욱일승천기를 들고 응원을 펼치고 한국 원정 팬들에게 물을 뿌리는 등 매너없는 행동을 한 일본 관중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이동국은 3일 일본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3차전 원정경기에서 후반 19분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홈 팬들의 야유가 빗발치던 경기장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이동국은 득점을 확인하자마자 일본 서포터들이 밀집해 있는 쪽을 향해 당당하게 질주하며 우라와 팬들을 응시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낯익은 장면이다. 바로 3년 전 같은 장소에서 박지성이 선보였던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한 것이다.

2010년 5월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국가대표 한일전이 열렸다. 일본은 영원한 라이벌 한국을 제물로 삼아 2010 남아공월드컵 출정식을 자축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사이타마스타디움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일본의 개막전이 열린 장소다.

하지만 박지성이 전반 6분만에 터뜨린 선제 결승골로 인해 일본 축구 성지의 분위기는 엉망이 됐다.

박지성은 골을 넣은 뒤 일본 팬들로 가득찬 관중석을 무심히 바라보며 마치 산책을 하듯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스타의 카리스마 넘치는 세리머니로 한일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 중 하나다.

당시 박지성은 "경기 전 선수 소개 때 야유를 퍼부은 울트라 닛폰(일본 서포터)에게 보내는 세리머니였다"고 말했다.

이동국의 생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동국은 "골을 넣고 갑자기 경기장 안이 조용해져서 뭔가 잘못된 줄 알았다. 그렇게 시끄럽던 팬들이 너무 조용해졌다"며 "박지성이 여기서 세리머니를 한 것이 생각이 났다. 나를 지켜보고 있는 일본 관중들에게 (나의 존재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정의 어려움 속에서도 결승골을 포함, 1골 2도움으로 전북의 3-1 승리를 이끈 이동국. 우라와 팬들은 당분간 그의 이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내 축구 팬들이 이동국의 맹활약과 산책 세리머니에 더욱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매너없는 행동을 일삼은 일본 팬들을 침묵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 일본 응원단. <노컷뉴스>
이날 사이타마스타디움 곳곳에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가 등장했다. 전북은 경기 전날에 열린 매니저 미팅에서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욱일승천기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전북 관계자는 "경기 중에 욱일승천기를 든 팬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우라와 관계자들에게 증거 자료로 제시를 했다. 우라와 측에서는 경기 중에 욱일승천기를 든 관중에서 주의와 경고를 줬다고 해명을 했다. 하지만 경기 중 곳곳에서 욱일승천기가 보여 우리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밝혔다.

우라와의 일부 팬들은 70여명의 전북 원정 응원단에게 물을 뿌리고 욕설을 퍼붓는 등 경기 관전을 방해하는 행동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다행히 원정 응원단 지역에는 2중으로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어 있고, 보안 요원들이 배치돼 있어 심각한 물리적인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전북 관계자는 "위협적인 행동을 한 우라와 팬들의 사진을 확보해 우라와 구단측에 전달했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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