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화련은 잦은 태풍의 길목에 위치하여 홀대 받았었는데, 대리석 공장이 들어서면서 활기를 찾았다고 한다. 대리석 가공으로는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대리석은 건축자재로서 뿐 아니라 예술성이 높은 조각품의 소재고 그 속에서 나오는 희귀 석은 보석으로 가공되어 오래 전부터 사랑을 받아 왔다. 특히 중국 사람들은 옥이 건강과 행복을 가져온다며 보석 중에서 으뜸으로 친다고 한다.
판매를 겸하고 있는 전시장엔 대리석 조각품과 장신구들로 화려했다. 그곳에서 옥의 진품과 가짜 구별법을 배웠다, 안내원이 진열된 보석들을 가리키며 어느 것이 진짜 인가 물었을 때, 모두들 유난히 색조가 고운 옥을 짚었다. 그러나 그게 바로 가짜라고 해서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불빛에 비추어 어른거리는 구름무늬 같은 흠이 보이면 진짜고 티 한 점 없이 맑고 투명하면 인조 옥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곱고 특별해 보여도 급조 된 가짜 옥이 진품을 능가할 순 없는 일이다. ‘옥에도 티가 있다’는 속담을 실감했다. 물론 그 말은 한 가지 뜻으로만 쓰이지 않는다. ‘옥에 티군’ 하는 말과 ‘옥에도 티가 있어’ ‘티 없는 옥도 있던가.’ 하는 말의 함의는 서로 아주 다르다. ‘옥에 티’ 라는 동일한 현상이 긍정과 부정과 냉소의 여러 의미로 쓰이고 있다. 어쨌거나 보석의 결함인 티가 옥의 진위를 판별하는 유일한 기준이라니 아이러니다.
그 옥에 티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조나라의 명운을 좌우했던 이야기가 전해 온다. 주변 국가들을 제압한 진나라가 한창 맹위를 떨치던 때, 염파장군의 힘으로 가까스로 진과 맞서고 있던 작은 조나라에는「화씨 벽」이라는 희귀한 옥이 있었다고 한다. 진은 국력의 강성함을 믿고 「화씨 벽」을 요구하며 성채 열다섯을 양도하겠다는 턱없는 조건을 걸어 조나라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 요청을 수락할 수도 거절할 수도 없이 난감한 처지의 조나라를 위기에서 건진 한 특출한 인물이 있었으니 인상여라는 사람이다. 그는 자진하여 옥을 가지고 진나라에 갔다. 옥을 받고 흥분해 있던 진왕을 보며 예상했던 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인한 인상여는 ‘옥에 티가 어디에 있는 지’ 가르쳐 주겠다는 구실로 「화씨 벽」을 다시 건네받아, 목숨을 건 기지를 발휘해서 무사히 귀환 했던 것이다. 그 후 인상여는 조나라의 제상이 되고 염파 장군과 힘을 다해 나라의 기초를 굳게 세웠다는 내용이다. 거짓일망정 성채 열다섯과 바꾸자는 제안을 할 만큼 옥 하나의 가치가 컸던 것일까. 대단한 보석이다. 아무리 크고 좋은 다이아몬드도 나라를 떼어주겠다며 욕심을 부렸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옥 속에 보이는 무늬나 티가 예사롭지 않은 대접을 받는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옥은 땅속 깊은 곳에 수억 년 묻혀서 지열과 지압의 온갖 파동을 겪으며 혹독한 단련을 통과하여 생긴 결정체다. 판독할 능력만 있다면 그 미세한 무늬 하나, 티끌 한 점에서도 수많은 지각변동의 정보를 알아 낼 수 있을 터이다. 색채만 현란하고 매끄럽게 급조된 인조 옥이 진짜 옥의 기품을 감히 넘볼 수가 없는 일이다.
순간 어떤 생각하나가 퍼뜩 지나갔다.
“혹시 사람의 결함도 옥 속의 티와 같은 가치로 보아 줄 수 있을까!”
들 나귀처럼 자유롭던 내가 결혼에 묶이며 서툰 살림살이는 어렵고 힘들고 서러운 데, 내 부족과 실수를 헤집는 그의 질책과 불만은 고통스러웠다. 잘하는 일도 더러는 있을 것을, 그의 눈에는 결함만 보이는지 편할 날이 드물었다.
“언니 나 못 살겠어 훌 털고 일어설까 봐”
호소를 할 때마다 ‘그런 네 모자람이 오히려 매력이라고, 누구에게도 그만한 갈등은 있다’고 다독이며 감싸주던 선배가 있었다. 부족한 점도 매력이라고 말해 준 선배의 사랑은 삶을 지탱해준 힘이었다.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 앞에 설 때, 어두운 흔적이나 티가 보이지 않을 사람은 없으리라, 결함을 지닌 인간이야 말로 신의 진품이 아닌가. 인류사에 점철되어 있는 실패와 과오의 얼룩들은 옥 속의 티와 같이 고난을 견디며 혼신의 힘으로 생을 살아 낸 사람들의 흔적인 것을.
만일 악마라면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작동하는 로봇처럼 인간이 완벽하도록 만들었을 듯하다. 자기 뜻대로 조종하고 싶을 테니까.
“오! 그래, 인간이 보석처럼 영롱해 지도록 고난을 주신 거야”
기쁨 하나가 섬광인 듯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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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나왔을 때, 진품 옥 반지 한 개를 반값에 잘라 샀다며 좋아하는 후배를 만났다.
“와, 잘 샀네.”
나도 모르게 소리가 튀었다. 가슴에 차오른 희열 때문이다.
공 옥 자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