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부터 3일간 제주종합경기장 일원에서 열린 제22회 왕벚꽃축제가 연인원 30만 명의 시민ㆍ관광객들이 찾아, 성황리에 마무리됐지만 실종된 시민의식으로 그 뒷모습은 씁쓸하기만 하다.
주최 측이 벚꽃 만개시기에 맞춰 당초 계획보다 일주일 앞당겨 개최된 이번 축제는 화창한 날씨로 주최 측 추산 30만 명의 도민과 관광객이 방문, 나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쓰레기장으로 변한 훈련장, 일부 물품은 ‘도난’
축제 다음날인 1일 오전 현장을 다시 찾았다.
이른 아침부터 천막을 걷어내는 상인들과 살수차 등을 동원, 축제장 뒷정리에 나선 사람들로 축제 당일만큼이나 분주한 모습이었다.
발길을 돌려 찾은 축제장 인근 역도훈련장. 전국체전 보수공사 등으로 훈련장이 없는 역도부원들을 위해 씨름장 한쪽에 마련된 임시 훈련장으로 제주도청을 비롯해 초중고 학생 선수들이 훈련하는 곳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날 오전 훈련을 나온 선수들의 손에는 ‘바벨’ 대신 ‘빗자루’를 들려 있었다. 축제기간 시민들에게 화장실을 개방했던 훈련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훈련장 곳곳에는 먹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 각종 음료수 병과 타나 남은 폭죽까지 도저히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민들에게 개방했던 화장실은 그야말로 ‘난장판’ 이었다.
남녀 화장실 모두 시민들이 버린 담배꽁초와 음식물 쓰레기 등으로 세면대는 막혀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고, 화장실 내 쓰레기통은 시민들이 뒤처리를 하고난 휴지로 뒤덮여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민의식 '실종'...일부 물품 도난도
이보다 선수들을 화나게 하는 건 일부 시민들의 ‘손버릇’때문.
시민들은 훈련에 지친 선수들이 갈증을 풀어주기 쌓아놓은 음료수와 의자 등 일부 비품까지 슬쩍 손을 대면서 이날 오전 훈련장을 찾은 선수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져 있었다.
제주도체육회 현수진 역도코치는 “오늘 아침 난장판으로 변한 훈련장 모습에 ‘경악’했다”면서 “쓰레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선수들이 마신는 음료수와 의자들까지 훔쳐 가는 건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코치는 “선수들 컨디션을 위해 매일 같은 시간 훈련을 해야 하는데 오늘 오전 훈련은 청소로 대신했다”며 “좋은 뜻으로 훈련장을 개방했는데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 때문에 정말 화가난다”고 말했다.
축제 준비를 맡은 제주시는 이날 공무원 50여명과 장비 등을 동원, 이른 아침부터 축제장 주변 환경정비를 실시했다. 하지만 훈련장 주변 청소만 했을 뿐 훈련장을 사용했는지 여부도 모르고 있었다.
제주시 관계자는 “훈련장을 축제기간 사용하지 않았다”면서도 “축제장 청소를 하면서 훈련장 내부는 신경 쓰지 못했다.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시관광축제추진협의회가 주관한 이번 축제는 각종 축하 퍼포먼스와 성대한 불꽃놀이 등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으로 그 뒷모습은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