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식중독’ 손 놨나
‘집단 식중독’ 손 놨나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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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더운 여름철도 아닌 한겨울에 잇따르는 집단 식중독 사고로 제주의 ‘밥상 위생’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행정당국의 위생관리체계가 집단 식중독을 불러 올 수밖에 없도록 돼 있음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제주도내에서는 이번 전국 야구선수권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제주에 온 다른 지방 중학교 야구선수 69명이 호텔에서 식중독을 일으킨 사고 말고도 지난해 5월과 8월, 9월과 10월, 그리고 겨울철로 접어든 11월까지 학교 4곳을 비롯 호텔음식점과 뷔페 음식점 등에서 식중독 사고가 잇따라 관광객과 각급 학교 학생 등 수 백 명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러나 국제자유도시의 관문인 제주시의 경우 관내 식품접객업소가 8000여 곳에 이르고 있으나 이를 관리하는 공무원은 불과 4명에 지나지 않아 결과적으로 직원 1명이 2000여 곳의 식품업소를 맡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는 한마디로 식품접객업소 관리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실정이 이런즉 집단 급식 등으로 인한 식중독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더 있는가. 매년 식중독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으나 줄어들기는커녕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바로 행정당국의 지도·점검이 형식에 그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2.

 사실 음식점이나 집단 급식소에서의 위생이란 식품이 질병을 유발하는 물질에 오염되지 않도록 취급하거나 조리되어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상태로 공급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위생은 식품 안전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식중독을 유발하는 요인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식중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건당국의 식품 안전 시스템을 철저하게 엮어 놓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집단 식중독 환자는 160여 건에 1만 명을 훨씬 넘어서서 지난 2003년보다는 31%, 2002년에 비해서는 3.5배나 증가했다고 하니 집단 식중독이 제주만의(?) 것이 아님은 확실하다.

 하지만 제주는 언필칭 국제관광지가 아닌가. 관광지에서 일어나는 식중독 사고는 그 관광 이미지와 직결된다.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식중독 사고가 빈발하는 지역에 관광객들이 찾아오기를 꺼릴 것을 뻔한 이치다.

   3.

 특히 최근 ‘겨울 식중독’은 단체급식 학교나 숙박업소 등 집단 급식소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어 학교와 급식업체의 철저한 위생관리가 요구되고 있거니와, 그런데도 제주시가 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식약청이 밝힌 최근의 식중독 증가 원인을 보더라도 이는 잘 드러난다. 즉,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고온 현상이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난방 등 실내온도의 상승에 따라 식중독 발병이 계절을 가리지 않으며, 늘어나는 단체급식에 비해 위생관리가 소홀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품의 부패와 변질을 방지하고 청결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함은 상식에 속한다.
 문제는 또 있다. 보건당국은 식중독 사고만 생기면 역학조사를 벌인다고 법석을 떨지만 원인 규명은 흐지부지된 채 식중독 사고라는 악순환만 거듭되고 있다. 원인규명이 안 되니 대책도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제주시가 식중독 예방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1830(1일 8번 30초씩) 손씻기” 범시민 캠페인 정도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식품위생관리체계를 대폭 개선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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