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리 생산비 30만원…산지 돼지값 26만원
한마리 생산비 30만원…산지 돼지값 26만원
  • 진기철 기자
  • 승인 2013.0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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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울수록 손해"…정부, 모돈감축 통한 안정 9~10개월 소요

돼지고기 가격은 떨어지는데, 경기 불황에 소비까지 줄고, 축산 정책은 뚜렷한 비상구가 없는 상태다.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추진되는 것이 모돈 감축이다.

정부는 최근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돼지 가격 안정을 위해 모돈(어미돼지) 10만 마리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양돈농가가 ‘모돈 10%(10만 마리) 의무감축’을 추진토록 농가별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모돈 감축이 곧바로 돼지가격 안정에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없는 상황이다. 모돈 감축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9~10개월이 소요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모돈 감축과 함께 돼지고기 소비촉진 행사도 중요하지만, 현재 가장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것은 돼지고기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돼지 사육현황

 

국내 돼지 사육두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991만5935두에 달한다.

이는 2011년 초 구제역 파동으로 소고기보다 저렴했던 삼겹살이 한우보다 가격이 비싸지면서 ‘금겹살’로 불리우던 때보다 17.6% 증가한 규모이다.

특히 모돈(어미돼지)은 2010년 말 구제역 발생으로 2011년 80만두까지 줄었다가 지난 2월 현재 100만두(95만6000두)에 육박하고 있다.

제주지역 돼지 사육두수는 54만6055두로 2011년 대비 7% 늘어난 상태로 모돈은 4만7889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구제역 발생 이전 수준을 초과한 규모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3월 현재 국내 돼지 사육두수는 970∼980만 마리로 추정했다. 돼지 가격 약세에 의한 생산 의욕 저하로 전년 12월보다 2% 내외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제주산 돼지 생산 및 유통 구조

현재 제주산 돼지고기는 1일 3000~3500두가 도축되며, 연간 77만두가 생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25% 정도가 도내에서 소비되고 있고, 나머지는 육지부 등으로 반출된다.

도내 돼지고기 유통구조는 크게 5단계로 나뉜다. 평균 농축산물의 유통비용 비중은 최근 10년간 40∼45%를 꾸준히 오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통 단계가 많으면 가격에 거품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상식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현재 유통단계를 3단계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단순히 유통단계만 줄인다고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생산원가에 못 미치는 돼지가격

돼지 사육두수가 크게 늘면서 농가에서는 “키울수록 손해”라는 탄식을 쏟아내며,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100kg 기준 돼지 한 마리당 생산비는 30만4000원에 달한다. 전년에 비해 큰 오름세는 없었지만 2010년에 비해서는 무려 18.4% 증가했다.

이 같은 상승폭은 사료값 상승에 기인한다. 사료값은 2009년과 비교 17.5% 인상된 상태이다.
 
돼지 한 마리를 출하하기까지 들어가는 평균 사료 값은 18만5000여 원에 달한다. 여기에 방역비, 인건비, 시설투자비를 빼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농가의 설명이다.

▲수입육 증가도 돼지가격 하락 부채질

돼지가격의 하락은 구제역 발생 후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돼지고기 수입물량을 크게 늘린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은 구제역 파동이 발생한 2010년 17만9000t에서 이듬해인 2011년 37만t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27만t으로 전년에 비해 수입량은 줄었으나 2010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 같은 돼지고기 수입은 국내산 공급 증가와 겹쳐 돼지가격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지역의 경우 지난해 돼지고기 소비량 1만3641t 가운데 27.4%(3738t)가 외국산으로 추정되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 안정 ‘안간힘’…뒷북 행정 성토

폭락한 돼지고기 가격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양돈 농가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효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제주도는 돼지가격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모돈 17% 감축, 비육돈 출하전 절식, 축산물 원산지 단속 강화, 농가 사료직거래 활성화 등의 방안을 내놓고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제주산 돼지고기 및 2차 육가공품에 대한 소비 촉진을 위해 공직자를 대상으로 자율구매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대한한돈협회 제주협의회 및 양돈산업발전협의회, 양돈농협 등도 한돈 돈육 나눔행사를 실시한데 이어 사료구매 긴급융자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제주농협지역본부도 직거래 장터를 개설하는 한편 돼지고기 먹는 날 지정, 직원 1인 1세트 구매운동 등을 전개하는 등 폭락한 돼지고기 가격 안정 및 양돈농가 경영난 해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돼지고기 가격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뒤 이뤄지고 있는 처사라 ‘뒷북’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양돈농가 관계자는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한지가 언제인데…, 이미 영세한 양돈농가는 회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며 뒷북행정을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가격폭락의 원인은 축산농의 과잉생산도 문제가 있겠지만  물가를 잡겠다고 무관세 돼지고기 등을 마구 수입했기 때문”이라며 “모돈 감축의 필요성에 동의하더라도 선뜻 나서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해결책은 과잉물량을 어떻게든 덜어내야 하는 방안 뿐, 당장 효과를 낼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돼지고기 소비 확대를 위한 대량급식소의 국내산 사용 확대, 대대적인 할인판매 및 소비촉진 뿐, 별다른 비상구가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김성진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장은 “돼지고기 수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경우, 국내산 특히 제주산 돼지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원산지 표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수입육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진 회장은 이어 “정부의 돼지고기 수입 증대로 소비자들의 입맛이 수입육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며 “고품질의 제주산 돼지고기에 대한 시식행사와 할인판매 등 다양한 소비촉진 방안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도민들의 동참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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