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단 곰솔 생존위한 ‘굴욕’
산천단 곰솔 생존위한 ‘굴욕’
  • 정흥남 기자
  • 승인 200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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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용으로 수입된 日産 약제에 운명 맡긴

문화재청 소나무 재선충병 보호책 ‘형상변경’ 승인
제주시, “현재로선 예방이 최선...선택의 여지 없어”


불과 8km 떨어진 지척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의 잇따른 출현으로 재선충병 감염에 비상이 걸린 제주시 아라동 산천단 곰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해송으로 기록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 160호인 산천단 곰솔 8그루가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굴욕’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일본의 일부 수목에 한해 효과가 검증된 것으로 알려졌을 뿐 우리나라에는 실험용으로 수입된 일본산 약제에 기대어 재선충병과 싸워야 할 절대 절명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22일 제주시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최근 중앙문화재위원회를 열어 산천단 곰솔을 재선충에서 보호하기 위해 일본산 약제(그린가드) 주입과 함께 일반 병해충 방제작업을 혼용하도록 결정, 통보했다.

이에 앞서 제주시는 문화재청에 산천단 곰솔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망을 설치하는 방안과 국내에서 통용되는 약제 주입 방안을 포함, 4개 대안을 건의(문화재 현상변경허가신청)했다.
문제는 산천단 곰솔에 주입될 일본산 약제.
제주시는 이날 이 약제가 일본에서 일부 수목에 한해 효과가 검증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에는 약제로 등록되지 않은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약품은 현재 국내에 실험용 약제로 소량이 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내 소나무 등에 대한 임상시험 등이 이뤄지지 않은 ‘미검증 약품’인 셈이다.
제주시는 이와 관련, 약품 주입은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경남 진주소재)의 자문 등 기술지도를 받아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시는 이와 병행, 소나무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 하늘소가 곰솔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살충약품도 살포하겠다고 덧붙였다.제주시는 주변의 우려를 의식, “현재로서는 산천단 곰솔을 소나무 재선충에서 보호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면서 “(일본산) 약제투입과 병해충 방제작업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재청은 솔수염 하늘소 산란예방 등을 위해 곰솔 주변에 보호망을 설치하는 대안에 대해서는 보호망 설치에 따른 비용 지출 문제와 보호망을 설치할 경우 곰솔 나무뿌리 등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배제했다.제주시 지역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23그루가 발견됐다.

광복 60년을 맞은 2005년.
‘제주의 聖地’인 산천단에서 500여년간 제주 민초들과 애환을 함께 해온 8그루의 곰솔이 절대 절명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굴욕’을 감수해야 할 상황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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