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경찰, “이미 달아나 상황기록 요청 한 것”
제주경찰이 시민의 신고에 무성의하게 대처해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정작 도움이 필요로 할 땐 외면했다가 뒤늦게 부랴부랴 출동하는 등 일관성 없는 대응으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시 화북동에서 조그마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61·여)씨는 최근 경찰의 무성의한 태도에 기분이 확 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전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행패를 부리자 경찰에 신고했으나, 신고를 받은 경찰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
당시 상황은 이랬다. 지난 25일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지인 B씨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는 손님 2명이 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손님들과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다 갑자기 말싸움으로 번졌다.
술에 취한 한 손님은 B씨에게 다가간 뒤 때리려고 했고, 이에 A씨가 싸움을 말리기 위해 손님을 식당 밖으로 데리고 갔지만, 그 손님은 오히려 A씨의 머리채와 목덜미를 잡고 밀어 넘어뜨렸다. 이후 그 손님은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B씨를 넘어뜨리고 뺨까지 때렸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A씨는 식당에서 가장 가까운 파출소에 신고를 했고, 이 모습을 본 손님들은 황급히 달아났다.
그런데 행패를 부린 손님들이 다시 식당에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경찰관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당시 경찰은 “지금은 출동 하더라도 잡을 수 없으니 상황을 적어놨다가 다시 찾아오면 신고해 달라”는 식의 대답을 했다.
A씨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경찰의 일관되지 못한 태도였다. 파출소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지인이 다시 한 번 신고를 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출동했기 때문이다.
A씨는 “누구는 신고하면 바로 출동하고, 누구는 당시 상황을 적어 놓으라는 일관성 없는 경찰의 태도에 정말 화가 난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경찰이 오히려 국민을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은 “행패를 부렸던 손님이 이미 달아난 상태여서 당시의 상황을 일기식으로 작성해 놓으라고 했던 것”이라며 “이후 교대 근무자가 또다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 스스로 신뢰도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물론 치안서비스에 대한 주민 만족도 역시 전국 최하위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16개 지방청을 상대로 실시한 하반기 치안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제주지방경찰청은 종합점수 75.6점을 받아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전국 평균인 79.6점과 비교해 봐도 크게 뒤떨어지는 수치다.
이처럼 경찰의 치안고객만족도가 바닥 수준에 머무는 등 경찰이 지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