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동안의 구급차 동승 실습을 마치며 (고혁진)
4주 동안의 구급차 동승 실습을 마치며 (고혁진)
  • 제주매일
  • 승인 201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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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움츠리게 했던 겨울이 엊그제 같았는데 요즘은 한 낮에 반팔티를 입고 있어도 어색하지가 않다. 이렇게 따스한 봄이 느껴질 즈음 나는 소방서로 구급차 동승 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소방서로 가는 첫날, 제주소방서에서 구급차 동승 실습에 대한 전반적인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각자 배정받은 119센터로 향하게 되었다.
실습 초기 구급대원 선배님께서 구급차 내부의 장비들과 기자재들의 사용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셨지만, 현장에서 당황하고 긴장을 하다 보니 학교에서 배웠던 실습장비들의 사용방법 조차 기억나지 않고, 익숙하지 않아 직접 환자에게 적용 하는 것이 어렵고 힘들었다. 그럴 때 마다 구급대원 선배님이 옆에서 하나하나 차분히 설명을 해주셨고, 실수한 부분이 있어도 격려해주시면서 잘 이끌어 주셨다.
4주간의 실습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당연 심정지환자였다. 심폐소생술 훈련용 마네킹이 아닌 사람에게 직접 가슴압박을 했던 그 때의 긴장감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실습 2주차 때 일이었다. 길에 쓰러진 사람이 있다고 신고 받아 출동하였는데 현장 도착 전까지는 “주취자”가 길가에서 자고 있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도착해보니 상황은 단순하지 않아 보였다. 쓰러진 사람의 얼굴은 새파랗게 되어 있었고 기본적인 호흡과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구급대원은 심정지 환자 매뉴얼에 따라 환자에게 제세동기를 부착하며 나에게 가슴압박을 지시하였고 구급대원들과 교대로 가슴압박을 시행했다. 이 모든 노력이 무의미하게 되는 것이 싫었고 쓰러진 이 사람이 꼭 살았으면 하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다행히 병원에서 환자의 심장박동이 회복되었으나 초기 발견이 늦어 현재까지 환자의 의식이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의식회복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했다. 만약, 환자가 쓰러지는 상황이 목격되어 응급의료체계가 신속히 가동되었다면, 현장에서 누군가가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심정지가 발생하고 4분이 경과되면서 뇌사가 진행되고 10분이 지나면 회복불능에 빠지게 된다. 구급차가 신고를 받고 4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 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미비하므로 환자를 발견한 사람이 최초반응자로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된다. 그러므로 내 가족이, 내 친구가 심장마비로 쓰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도민 모두가 심폐소생술을 배웠으면 하는 바램이다. 참고로 소방교육대와 소방서, 각 119안전센터에 연락하면 언제든지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끝으로 실습기간 동안 가족처럼 아껴주시고, 친절하게 대해주신 오라119센터 직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나 하나로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응급구조사가 되리라 다짐해 본다.

오라119센터 실습생 고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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