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꼬리 검찰수사 결과
개꼬리 검찰수사 결과
  • 제주매일
  • 승인 201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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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흐리게 한 枝葉末端

‘왝 더 독(Wag the dog)'은 1997년 제작된 할리우드 영화다. 소녀 추행 사건에 휘말린 미국대통령이 여론의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알바니아 침공‘을 조작한다’는 줄거리다.
‘왝 더 독’은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개(몸통)를 흔든다’는 모순 어법이다.  본말전도(本末顚倒) 정도로 이해 될 수 있을 터이다. ‘지엽(枝葉)이 본질(本質)을 흐리게 하는 현상‘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왝 더 독’은 주식(株式)에도 오르내린다. 위험을 보완하기 위해 개설된 선물(先物)거래가 전체 주식시장을 뒤흔드는 현상이다.

최근 ‘삼다수 도외 무단반출 사건‘ 검찰 수사 결과도 속을 헤집어 보면 ’꼬리가 개를 흔드는 왝 더 독’이라 할 수 있다. 경찰은 제주도내 5개 삼다수 유통대리점과 재판매 사업자, 도개발공사에 대한 압수수색 등 7개월 넘게 강도 높은 수사를 했다.

수사결과 도내 유통대리점 등이 2011년 9월부터 2012년 8월까지 도외 반출이 제한된 삼다수 3만5000톤, 100억원대 가까운 물량을 다른 지역에 팔아넘긴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도내 유통대리점 임직원 10명, 재판매업자 20명, 도개발공사 임직원 3명 등 33명에 대해 전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었다. 제주의 보존자원인 지하수(삼다수)를 도지사 허가없이 도외로 무단반출하여 제주특별법을 위반한 혐의다.

‘억지춘향’식 지하수 논리

이에 대해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찰이 밝혀낸 사실관계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경찰의 기소의견을 완전히 뒤엎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경찰과 검찰사이에 사건을 보는 심리적 협곡이 자리한다. 본질을 보는 시각의 차이다.
경찰은 삼다수를 제주의 보존자원인 지하수로 봤다. 따라서 도지사 허가 없는 삼다수 무단 도외 반출은 제주특별법과 도조례에 의거 처벌대상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검찰은 삼다수는 지하수가 아니라고 했다. 지하수를 원수(原水)로 제조된 ‘먹는 샘물’이기에 보존자원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허가 없이 도외로 반출해도 죄가 성립되지 않는 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해괴한 말장난이다. 강아지에 조끼 입혔다고 강아지가 송아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조끼가 강아지의 본질을 빼앗을 수는 없다. 삼다수도 마찬가지다. 지하에서 뽑아 올린 지하수를 그대로 병에 담은 것이다. ‘먹는 샘물 삼다수’는 식별 기호일 뿐이다. 100% 지하수를 단지 용기에 담았다는 이유만으로 ‘지하수가 아니다’라고 한다면 호박에 줄그어 호박이 아니라는 식의 ‘억지 춘향’이다. 검찰의 지하수 논거는 법리해석이나 법률용어 정의(定義)에 관계없이 경박하다.

자의적 기소권 행사 비판

그러기에 검찰의 삼다수 수사결과는 사회적 법감정이나 도민 정서에 반하는 것이다. 자의적 독선적 기소권 행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소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구체적 정의를 실현 할 수 있어야 검찰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도 그러질 못했다. 되레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검찰의 직무와 권한에 흠집만 남겼을 뿐이다.

“검찰 수사결과는 제주특별법에 명시된 제주지하수의 공적 관리 원칙과 보존자원 관리 조례의 입법 취지를 무시한 판단”이며 “도민 이익 침해와 지하수 관리기준을 어긴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꼴“이라고 질타한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의 성명은 그래서 검찰에게는 뼈아픈 일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경찰과 검찰의 판이한 수사결과는 숙변처럼 쌓여온 검.경의 해묵은 ‘수사권 갈등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음모론적 상상력을 동원하는 쪽에서는 7개월에 걸친 경찰의 수사결과를 검찰이 한두달 가까이 가지고 놀다가 ‘무혐의 처분’으로 경찰을 ‘엿 먹였다’는 것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 버린 검찰 수사 결과’가 앞으로 삼다수 유통시장을 얼마나 혼란 시키며 파장을 부를지 걱정이다.

2000년전 전한(前漢)대 학자 유안(劉安)의 회남자(淮南子)에 “법만 소중히 여겨 정의를 버리는 것은 모자나 신발을 귀히 여겨 머리와 발을 버리는 것“이라 했다. 2천년 시공을 뛰어넘는 경구(警句)가 아닐 수 없다.

김덕남 제주매일 이사.주필 kdn@jejumae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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