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어’ 양산의 악순환(김찬집)
‘푸어’ 양산의 악순환(김찬집)
  • 제주매일
  • 승인 201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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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푸어(Poor)'라는 말이 유행이다.  의식주를 위해 꼭 대출을 받아야 하고 그 대출을 갚기 위해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고달픈 직장인들을 비유해서 워킹푸어 라고 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하우스 푸어에서 부터, 결혼자금 대출로 빈곤해지는 웨딩푸어, 계획된 국책사업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나중에 받을 토지보상비로 갚겠다며 대출을 받았다가 빚에 시달리는 랜드푸어,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솔로 푸어. 출산으로 인해 가정이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워지는 베이비 푸어, 주거지는 비교적 열악한데, 고급차를 타는 카푸어,   100만달러이상 고가의 집을 소유하고도 빚에 허덕이는 밀리어네어 푸어, 급등한 전세보증금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렌트푸어에 이르기까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우리가 처한 경제적ㆍ사회적 상황은 더 다양한 '푸어'를 양산될 것이다. 그래서 요즘 신문, 방송에서도 '푸어'라는 말이 한참 유행이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하우스 푸어에 대해서는 사회의 핵심 이슈다. 하우스 푸어라는 것은 아파트 시세가 상승할 것으로 믿고 은행융자를 곁들어 재산 증식차원에 하우스를 마련했으나 주택경기 침체로 깡통아파트를 소유한 가정을 말한다. 깡통 아파트 여파가 은행으로 전이 된다면 국가적 금융위기를 자초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는 은행에 주택 구입 융자금으로  하우스 푸어 주택의 지분 일부를 공적금융기관에 넘겨 부채를 갚되 주택 소유자가 지분매입금의 6%에 해당하는 사용료(이자+수수료)를 매년 지급하여 국가적 위기를 넘긴다는 공약이 있었다. 나랏돈을 집어넣는 다는 것인데, 국민적 공평성과 시장에 부합되는 것인지의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그렇다면 하우스푸어 대책은 정녕 하우스푸어를 구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하우스푸어란  주택담보가치가 대출금을 밑돌거나 대출을 연체하고 있는 사람 등을 가리킨다. 투기 목적으로 집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본 사람도,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사람인데 집값이 떨어진 사람도 모두 자신을 하우스푸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하우스푸어는 규정하기에 따라 그 대상과 범위가 매우 유동적이다. 정부는 이들 모두를 도와야 할까. 모두 도울 수 있을까. 정부의 개입 방식도 구분이 필요하다. 하우스푸어를 양산한 제도적 환경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하우스푸어인 개인들을 도울 것인가. 개인들을 지원하는 정부의 개입에는 상세한 그 대상의 범위와 원칙이 필요하다.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으며 하우스 푸어 보다 더한 푸어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하우스푸어 지원논의는 이러한 상황판단이나 구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하우스푸어를 양산한 시장 여건의 근본적 변화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하우스푸어 문제는 지금이라도 주택거래의 활성화로 아파트 가격을 올리면 내수 진작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문제다.  젊은이들의 직장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인데 내 집 마련은 결혼 후 봉급(연봉에 차이는 있지만)을 8~ 12년 고스란히 저축해야  마련 할 수 있는 여건이다. 나와 같은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의 생각은 주택가격 인상정책은 서민들이 죽든 살든 불로소득을 키워서 내수를 진작시키는 정책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본이득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주택소비 구조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 없이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거래가 안 되는 주택에 정부나 금융기관이 개입하는 것도 적절한 방안은 아니다. 자칫하면 거래나 처분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대책은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이 주택소유권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게 되는데 이는 자칫 거래를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기존에는 주택처분 시 소유자 한 사람만의 의사결정으로 해결되던 것이 지분을 가진 금융기관과 정부(공적자금 투입주체), 세입자까지 의사결정에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 back)'개념은 일부 시중은행들이 시행하겠다고 밝힌 '트러스트 앤 리스백(trust & lease back)'제도와 맥을 같이한 대책이다. 부동산에 자산이 많이 묶여 있지만 상대적으로 유동화 수단이 적은 한국 사회에 매우 필요한 조치이다. 일부 비판이 있지만 금융기관별로 이와 유사한 상품들이 개발ㆍ보급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본다. 또한 이러한 시도들은 ‘하우스푸어’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국내 부동산시장 환경을 개선하는 주요한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들이 '하우스푸어‘ 대책이라는 정치적 포장으로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70%중산층 복원을 추진하기 위해 무작위로 쏟아져 나오는 ‘푸어’대책이 정녕 ‘푸어’들을 구할 수 있는지?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체질 개선을 위한 근본 대책인지? 고민에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정책은 어려운 것이다.

김찬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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