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을 지향하던 제주국제자유도시가 갑자기 '마데이라. 아조레스' 모델로 급선회한 배경이 궁금하다.
특히 여러 가지 면에서 제주도와 경우를 달리하고 있는 데도 이 달 중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안성호 지원특위 위원장(대전대교수), 소진광 위원(경원대 교수), 행정자치부 지원단 장병현 사무관, 제주도 오인택 담당관, 이중찬 사무관, 제주발전연구원 박원배박사 등은 마데이라. 아조레스 현지 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주 포르투갈 한국대사관(대사 심윤조)의 협조 아래 마데이라 주의회 부의장. 주지사 등을 면담하고 마데이라개발회사(SDM) 대표를 만나 이 지역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또한 아조레스의 지도층 인사들을 방문했고 출장 결과를 자세히 분석하는 등 제주도의 자치모델에 적합한 것으로 꼽는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다.
반면 이들 모델들과 제주도가 나갈 방향은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다.
▲후발(後發)효과가 없다.
한 지역이나 국가가 정치. 경제적으로 발전하려면 선진국의 발전모델을 본받기 마련이다.
성공한 사례를 적용하는 점만이 아니라 발전과정에서 빚어진 실수 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 선진국을 뒤따르는 국가들의 이점이다.
마데이라는 아열대성 기후, 면적 742.5㎢, 인구 약25만명이고 아조레스는 2335㎢, 인구 약 25만명으로 외형상 제주도와 유사하다.
이중 마데이라는 관광업 및 포도주. 바나나 등 1차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 IBC(International Business Center) 프로그램을 추진, 금융. 서비스업. 선박 등록의 중심지로 육성시키는 한편 자유무역지역을 설치하는 등 산업의 다변화 및 투자유치를 꾀하고 있다.
마데이라의 소득은 1991년 포르투갈 7개 지역 중 최하위에서 2002년 수도 리스본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아조레스는 최하위로 나타났다.
문제는 포르투갈이 우리 나라보다 산업구조나 소득면에서 뒤 처진다는 데 있다.
단지 서유럽에 위치하고 있을 뿐 경제적인 여건은 우리보다 못한 국가 및 지역으로 '이곳을 본받자'는 구호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여건도 다르다.
포르투갈헌법은 마데이라와 아조레스를 '특별자치지역'으로 규정했다.
국방. 외교. 세관. 치안. 사법을 제외한 분야는 마데이라. 아조레스가 자체적으로 입법. 집행하고 있다.
1974년 포르투갈 독재정권이 막을 내리면서 1976년 헌법 제정시 협상으로 자치권을 확보했고 2004년 헌법개정에 의해 자치권의 범위를 명확화하는 '마데이라. 아조레스 자치지역 특별법' 개정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자치지역내 국유토지를 모두 자치 지역으로 이관하고 국세 전액을 자치지역 재원으로 편입했으며 국세의 세율 감면권한도 자치지역이 행사하고 있다.
이에 따른 재원구성은 자체재원 70%, 국비 15%, EU 지원금 15%로 자체재원이 30% 수준에 머물고 국비외 다른 재원을 구할 수 없는 제주도와 비교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마데이라의 교육. 상하수도 건설 등 인프라 구축에 EU지원금이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지역은 부가세를 본토 대비 30% 낮게 적용하고 있으며 법인세도 0~3%만 받고 있다.
이를 제주도에 적용하려면 우선 헌법 개정이 선결조건이다.
개정이 힘든 경성 헌법체제를 갖춘 우리 나라에서 제주도에 자치권을 부여하려는 목적으로 헌법개정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는 논외로 치더라도 법인세를 대폭 낮춰 대기업의 제주 진출을 확대할 경우 다른 지자체들이 묵인할 것이냐는 현실론도 대두되는 실정이다.
▲역사성도 상이하다.
마데이라. 아조레스는 약 500년전 처음 발견되던 당시 무인도였다.
이곳으로 이주한 포르투갈 주민들과 외국 거주자들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특별한 자치권을 부여했고 좌익 활동이 왕성했던 본토 상황을 고려, 이를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의 정치적인 고려도 한 몫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방문단이 만난 Bilhim 리스본대 교수는 1976년 이후 8회 연속 주지사를 연임한 Jardim 마데이라 주지사의 탁월한 리더십을 주요 변수로 들었다.
2000년 전부터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발전시켜 온 제주도와 판이하게 다를 뿐 아니라 동북아에 위치한 우리 나라와 EU 국가인 포르투갈의 처한 모습도 역시 틀리다는 평가다.
▲왜 마데이라인가.
관계 당국은 외형을 중시한 듯한 인상이다.
관광산업, 온화한 기후, 본토와 떨어진 섬, 인구 규모, 국제회의 유치 추진 등 얼른 제주도와 비슷한 여건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속내는 전혀 틀리다.
제주도는 본토와 거리를 두고 있는 반면 항공기를 이용하면 1시간정도에 어느 지역이든 도착할 수 있다.
같은 생활권이라는 의미로 제주도가 법인세를 영세율로 두면서 대기업 유치를 도모할 경우 엄청난 경제적 변화를 몰고 오게 된다.
다른 지자체들도 기업 유치를 최대 현안으로 떠올린 가운데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다.
제주도만의 특별한 지위가 탐나면서도 현실적으로 갖기 어려운 까닭이다.
본토와 멀리 떨어진 대서양의 고도인 마데이라의 경우가 제주도에 어울리지 않는 중요한 이유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