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의 영어 말하기의 생활화
학교에서의 영어 말하기의 생활화
  • 허계구 논설위원
  • 승인 200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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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생님은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말에 따라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결혼반지를 팔아서 제물로 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귀중한 반지였던가? 오늘의 아내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하여 그는 어지간히 골몰하고 노력했었다.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는데 한 때 그의 주전공은  경제학이 아니라 이 여자였다. 그녀의 사상, 그녀의 이상과 의상, 그녀의 취미, 그녀의 기호, 그녀의 단골 메뉴와 음식점과 18번 노래까지도 이 주전공서적의 목차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하면서 얻은 아내고 그 성공을 축복하고 상징하는 그 반지를, 과감히 팔아 그 돈으로 영어 회화 학원의 6 개월 치 수강료로 한꺼번에 지불했다. 지성(至誠)을 하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한다. 이렇게 해서 학원에서 6 개월 간 수강한 후 그러나 그는 “끝내 회화를 하는 사람이 되지를 못했고 결혼반지만 날려서 아내에게도 미안 했었다”고 필자에게 말하면서 웃었다.

‘영어만을 쓰는 날’ 실천 바람직

그가 영어 회화를 못하고 있는 것은 그의 머리가 나빠서도 아니고 학원이 가르치는 것이 엉망이어서도 아니다. 그 언어를 잘 말하려면 우선 그 언어를 쓰면서 하는 ‘생활’이 있어야 한다. 그 생활이란 것이 언어 성공자의 공통의 요소다. 만약 그가 회화의 기본을 배우고 난 후  미국인 회사에 가서 일을 하거나 아니면 학교에서의 근무 시간 후에 영미인들이 주 고객인  호텔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벨 보이 역할이라도 했던들 그는 영어 회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학생들이 영어를 잘 말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 말을 말하는 생활이 있어야 한다. 주위는 온통 우리말을 하는 사람들로 둘러 싸여 있고 원어민을 만나 정기적으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그러한 생활은 쉽지 않다.
학교의 경영자들은, 영어만을 쓰는 날 등을 정해서 학생들이 그날은 수업시간 밖에서는 학교에서 영어만을 쓰도록 하면  되겠다고  생각해 보고들 한다. 그러나 그 일은 경영자의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고 해 보려면 아주 어렵다. 그러나 이제 그것을 시도해 볼 때가 되고 있다고도 생각 한다.

 이 영어만 쓰는 시간대를 설정하고 실행하려 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의 하나에, 학생들이 영어만을 쓰려고  하나 자기 의사를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 줄 몰라 물어 왔을 때 충분한 대답을 하는 데에 교사가 어려움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영어 교사들은 옛날과 달라 영어회화를 아주 잘 하고 영미인들에게도  자기의 의사를 손쉽게 전달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물어 오는 다양한 표현상의 질문에 대해서 대답해야 할 때는 문제가 좀 다르다. 자기가 만든 표현이 아니라 영미인이 쓰는 표현을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소시간에 영어만을 쓰기로 했다고 하자. 학생들은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선생님, 구석까지 잘 쓸어라 는 영어로 어떻게 말하죠?” “걸레는 물기가 없게 꽉 짜라. 창틀도 깨끗이 해야 한다. 이 말들은 요?”  이러한 잡다한 것들에 대한 표현이 충분히 나와 있는 책자가 아직 있을 리가 없다. 고급의 지식들을 영어로 토론하는 교사들도 이런 표현에 직면해서는 자신을 갖지 못한다.

원어민은 회화생활의 완벽한 사전

제주도 교육청 산하에 46명이 원어민이 학교나 외국어 학습관 등에 배정되어 활동하고 있다. 필요한 예산을 더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2005학년도에  그 수는 51명 정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들었다. 이 원어민은, 교사가 직면한 이러한 표현상의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완전한 사전이다. 교사는 그 시간대에서 예상되는 영어 표현들을 원어민과 더불어 미리 만들 수가 있고 또 거기에 빠져 있어 학생이 불현듯 물어 왔을 때도 원어민의 도움으로 그걸 해결할 수가 있다.

 영어만 쓰는 시간대를 정할 때 처음엔 날 단위로 할 것이 아니라 시간 단위로 짧게 잡아 시작해 가는 일이 좋을 듯하다. 예컨대 ‘등교부터 2교시까지’ ‘청소시간’ 하는 식으로 시간을 잡아 보는 것이다. 시간대가  짧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기가 말하려 했는데 표현하지 못했던 영어도 생생한 기억 속에 그 시간대가 끝남으로서 즉시 동료나 선생님한테 물어 배우게 될 것이다.  이것은 온 종일 침묵과 포기로 일관하는 자폐증 환자 비슷한 학생을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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