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 계층의 '도덕적 해이'
잘사는 계층의 '도덕적 해이'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기 로마 사회에서는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해 병역이나 납세 등 의무를 수행했으며 항상 검소한 태도로 살아가려는 모습을 견지했다고 한다. 이를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 하여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 됐다. 로마는 사회 지도층이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미덕을 잃었을 때 쇠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하니 시사하는 바 크다고 하겠다.

 그러면 과연 오늘날 우리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은 있는 것일까.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본인은 물론 자녀들의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고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재산을 은닉하거나 빼돌리는 일을 예사로 저지른다. 또한 나라와 공익을 위하여 지위와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그것을 개인의 뱃속을 채우는 데 사용하는 일도 비일비재다. 그래서 무슨 ‘노블리스…’를 논하겠는가.

 최근 제주시가 세금도 내지 않은 채 필드에서 이른바 ‘대통령 골프’를 즐기는 골프장 회원권 보유자들과, 부동산 임대료를 꼬박꼬박 받고 있는 ‘집 부자’ 등 26명에 대해 골프장 회원권과 대여금 및 전세권 등을 압류, 공매를 의뢰한 것은 우리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 남는다. 이들이 체납한 세금 액이 수억 원대에 이르고 있음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사회 지도층이 자기 권리를 최대한 주장하면서 납세나 병역의무 등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정말 비겁한 일이며 이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공적 제1호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노블리스…’와 같은 도덕의식은 요즘처럼 정치와 경제가 어려울 때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지도층, 잘 사는 계층이 먼저 도덕적 의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