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실제 겪었던 일이라며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 내용은 갑작스런 설사증상으로 한밤중 현지 응급실을 찾았는데 병원 한쪽 구석에서 아이를 안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모자가 있었다. 아이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이 곳에 실려 왔다는 것이다. 품속의 아이는 의식마저 없어 보였다. 그런데도 의사는 응급조치조차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묻자 젊은 의사는 간단히 답변했다. “She has no money.” 돈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듯 명랑하게 대답하는 그 의사를 보며 처음으로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이란 점이 좋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일단, 돈보다는 환자 치료가 우선이라 생각하니 말이다.
지난 12월 27일, 제주도청이 ‘제주재활전문병원’ 수탁기관으로 서귀포의료원을 최종 선정했다. 이에 대해 말이 많다. 매년 적자인 서귀포의료원이 ‘제주재활전문병원’을 운영하게 되면 그 적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라고까지 했다. 민간에서 적자를 감수하며 운영하겠다고 하는데도 왜 제주도는 적자 보전을 위한 운영비 지원까지 해주겠다면서 서귀포 의료원을 선정했냐는 것이다.
권역별 재활병원사업은 전국 6개 권역, 즉 경인·강원·충청·영남·호남·제주에 150병상 이상의 독립된 재활전문병원을 건립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목적은 장애와 관련된 의료 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됨으로 인해, 지방 거주 장애인의 보다 나은 재활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애로가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이는 일반 만성질환자 위주가 아니라 이동과 진료에도 시간이 소요되어 환영받기 힘든 장애인을 위해 설립한 취지다. 그렇기에 수익보다는 공공성이 우선되어야 하겠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주장대로 수익성과 적자만을 강조한다면, 중증장애인의 진료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고 게다가 건강보험 비급여 품목도 확대하는 등 의료비 인상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점은 재활병원의 설립목적에도 배치된다. 나는 제주도가 공공의료기관인 서귀포의료원을 ‘제주재활전문병원’의 수탁기관으로 선정한 점에 대해 개인적으로 환영한다. 의료목적은 건강이지 돈벌이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아프면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야 한다. 이때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돈이 없어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란 점이 좋았다는 위 블로그 게시자도 우리나라의 의료정책이 마음에 들어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음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서귀포시 정보화지원과 공간정보관리담당 고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