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의 뚜껑이 열렸다. 지난겨울 이적 시장에서 ‘폭풍 영입’을 통해 새 얼굴을 대거 수혈한 제주유나이티드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축구계에선 지난 2010년 정규리그 준우승에 버금가는 돌풍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상황.
제주는 지난 2일 전남과의 정규리그 개막전을 통해 신인ㆍ이적생들의 전력을 보여줬다. 기존 선수들과 발을 맞추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은 빠르게 제주의 축구스타일에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대구에서 이적한 수문장 박준혁은 전반 27분 자신이 허용한 페널티킥을 선방,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팀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풋살 국가대표출신 답께 골대로 향하는 결정적인 볼을 막아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벤치에서 김병지의 경기를 지켜봤던 4년 전(당시 경남)과는 달리 이날 경기에선 김병지를 뛰어넘는 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박경훈 감독은 “키는 작지만 스피드와 판단력이 뛰어난 선수”라며 박준혁을 치켜세웠다.
산토스-자일 이적과 함께 새로운 브라질 특급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섰다. 페드로ㆍ아지송이 그 주인공.
이날 자신의 리그 데뷔골이자 선제 결승골을 터트린 페드로는 완벽에 가까운 드리블을 선보이며 상대 수비진을 누비고 다녔다. 선수들과의 호흡도 좋아 앞선 두선수의 향수를 금세 잊게 만든 선수다. 박경훈 감독은 “지난 겨울 1~3차 훈련에서 매 경기 골을 넣었다. 올 시즌 기대가 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광주와 2대1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이용 역시 홍정호의 부상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무실점 수비를 펼치며 뒷문을 단단히 지켰다.
특히 청소년대표시절 박경훈 감독의 ‘애제자’인 윤빛가람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돼 수비형 미드필더로 맹활약, 존재감을 들어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새로운 피를 대거 수혈하며 조직력 불안을 우려하기도 했지만 이적생들은 팀에 빠르게 융화되며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제주가 무서운 이유는 아직 꺼내지 않은 카드가 더 많다는데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팀에서 재활중인 홍정호, 박기동, 아지송, 마라냥, 마다스치 등이 그들이다.
브라질 무술인 ‘주짓수’ 유단자로 유연한 몸놀림과 강력한 피지컬을 자랑하는 아지송과 지난해 울산의 ACL 우승을 이끈 ‘특급조커’ 마라냥이 몸 상태를 점검하며 그라운드로 뛰쳐나올 준비를 하고 있고 광주에서 이적한 박기동은 역시 출격 대기상태다.
191cm의 장신임에도 헤딩, 볼 키핑, 슈팅 능력을 두루 갖춰 볼 점유율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펼치는 박기동은 ‘원샷 원킬’의 제주의 축구스타일에 딱 맞는 선수다.
수원에서 자유계약(FA)으로 영입한 이현진 역시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감각적인 개인기로 제주에서 공격라인의 변속 기어로 활약할 전망이다.
날씨가 풀리는 5월경이면 제주의 간판 수비수 홍정호가 복귀한다. 현재 부상 중인 마다스치와 한용수가 조만간 전력에 합류하는 가운데 순조롭게 부상 복귀 과정을 밟고 있는 홍정호까지 수비라인에 가세한다면 제주의 전력은 급상승할 수밖에 없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선수들이 지칠 때쯤이면 예비역들이 돌아온다.
현재 상무에서 군 생활 중인 김호준, 김영신과 경찰청 소속 배기종 등이 10월 경 전역, 팀에 합류, 리그 후반기 지친 선수들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누비게 된다.
박경훈 감독은 “단 한경기를 갖고 올 시즌 전체를 예측하긴 어렵다”며 “하지만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고 새로 영입된 선수들까지 제주에 안착한다면 2010년 준우승의 돌풍을 재현할 수 을 것”이라고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