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서 1900건 접수···사회 문제화
정서적 학대 63% 최다···신체 폭력도 29%
평소 가정불화와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아내와의 다툼이 잦았던 A(55)씨. 일용직으로 일하는 A씨는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면 늘 술을 마셨다. 그런 그는 술만 마시고 나면 아내와 아이들을 사정없이 때렸다.정서적 학대 63% 최다···신체 폭력도 29%
심지어 A씨는 손에 잡히는 물건까지 죄다 집어던졌다. 이처럼 온갖 폭력과 폭언이 난무했지만 아무도 그를 말릴 수는 없었다.
이 같은 가정폭력 문제로 제주가족사랑상담소에 접수된 상담이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19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가족사랑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가정문제 상담 건수는 모두 3331건에 달했다. 상담 내용으로는 가정폭력이 62%(1862건)로 가장 많았고, 부부갈등 18%(532건), 가족문제 15%(460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가정폭력 피해자 연령별로는 40~49세가 35%로 가장 많았으며, 30~39세(30%), 50~59세 (13%), 13~19세(1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별로는 정서적 학대가 63%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신체적 폭력 29%, 경제적 학대 14%, 성적학대 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성적 학대와 관련한 상담이 2%나 차지해 그동안 부부문제로만 인식돼 온 가정문제에 대한 주위의 깊은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가족사랑상담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담이 가정문제 전체를 아우르고 있지 않아 유형에 맞는 전문 상담기관에 의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전문 상담기관의 경우 상담이 유료로 이뤄지는 데다 가정폭력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대부분 가정들의 집안형편이 여의치 않아 전문적인 상담을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정폭력이 다시 재발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정문제가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 변화와 함께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가정문제 상담기관 관계자는 “최근에는 가정폭력과 더불어 성적학대 관련 상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통계로 집계된 성적학대 상담은 2%에 그치지만 상담 자체를 꺼리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가정폭력의 경우 지속성과 재발 위험성이 높고 심각한 인권침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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