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쓸쓸한 솔로의 밤을 책임지겠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웹문서, 블로그, 카페에서 자주 접하는 광고다. 외롭고 쓸쓸한 독신주의자들에게 유혹하는 광고다. 솔로(Solo)의 사전적 의미는 독창이나 독주. 또는 관현악의 어떤 부분을 단독주자(奏者)가 연주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솔로(solo)’라는 의미는 순수하게 혼자 즐기는 처녀 총각을 모태로 한 말이다. 또 이혼 남녀를 돌싱(돌아온 싱글)이라고 하며, 혼자 사는 사람을 싱글턴(singleton)이라고 한다. 독신인 사람은 혼자 살 수도 있고 애인이나 룸메이트, 또는 자녀와 함께 살수도 있으므로 독신자라 해서 모두 싱글턴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디지털시대가 가져온 솔로혁명은 진행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2’에 의하면 1인가구의 비율 전체가구의 25%이며, 1인가구의 증가는 이제 사회변화의 큰 주류가 되고 있다.
혼자 살고 있고 혼자 살아가야만 하는 인류의 실험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나이, 장소, 가치적 신념과 무관하게 혼자 정착하는 인간이 대량으로 출현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학계에서는 크게 네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여성의 지위 상승, 둘째 통신혁명, 셋째 대도시 형성, 넷째 혁명적 수명연장이라는 것이다. 여성의 지위 향상은 신(新) 모계사회 도래를 예감케 하는 상승이다. 여성(woman)과 유목민(nomad)의 합성어인 우마드(womad)가 여성시대 새로운 코드로 등장하고 있다. 사회 중심에 우뚝 서 살아가는 우마드의 힘은 이제 홍일점(紅一點)시대가 아니라 청일점(靑一點)시대다.
통신혁명의 발전은 인간을 ‘혼자 놀기’의 명수로 만들어 놓고 있다.SNS는 그 끝이 어딜까 를 가늠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들을 자유롭게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개인주의를 예찬하는 통신수단 발명은 혼자 살아도 고독할 틈이 없도록 타인과의 무한대 접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고 있다.
또 거대한 도시생활은 독신 남녀들이 살기에 기름진 토양이다. 클럽, 시민단체, 아파트형주거 등 쾌적하게 혼자 즐길 수 있는 장소와 서비스가 풍부해진 사회다. 지금 대도시 사회의 흐름은 서로가 혼자 사는 것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도와주는 환경이다.
2013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인류 탄생이후 가장 수명이 연장된 삶을 살고 있다. 노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이 크게 늘었다. 반려자나가족 없이 자기만이 공간에서 혼자 삶을 유지해야 하는 건 이제는 숙명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혼자 사는 것을 21세기 삶의 형식으로 밀고 나아가는 것일까? 인문학자들의 주장을 빌리면 부르주아적 개인주의, 무정부주의적 개인주의, 귀족적 개인주의를 거치며 나름대로 삶의 숙성단계에 도달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거치고 나서 탄생한 1인가구는 나름대로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인류학적 단계의 한 매듭을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 홀로 와서 홀로 가는 것이 인간의 길이기 때문이다.
혼자살기가 솔로들의 가장 큰 이익은 바로‘고독’을 되찾을 시간과 공간’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의 삶은 자아 발견을 도와주고 의미와 목적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혼자 사느냐, 여럿이 사느냐가 아니라 외로움을 느끼느냐 아니냐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역시 소크라테스다. ‘너 자신을 알라’ 이 한마디가 바로 1인 가구, 혼자살기 정수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가장 거대한 물결은 솔로들의 개인주의 혁명이다. 그 혁명은 느리고 조용하고 부드럽지만 아주 크고 근본적인 혁명이 될 것이라고 보는 미래 학자들이 많다. 또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솔로혁명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견이다.
앞으로 가족집단의 틀을 거부하는 솔로 족 덕에 미래 인간은 역사상 가장 다채로운 개인주의를 마주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 여성솔로 문인의 말이다. 마흔이 넘도록 혼자 사는 자신은 이제 혼자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소위 전형적인 ‘싱글여성’인데도, 나이 마흔이 넘도록 혼자 살면서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일상에 대하여 ‘외로워져야 자유로울 수 있다. 그리고 혼자일 때 행복해야 인생이 즐거워진다.’는 말을 하고 있다.?<“혼자라서 좋은 날” 예담출판사. 전지영저>.이러한 고백은 자신의 삶을 당당하고 온전하게 바라보는 삶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혼자 살면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스스로의 것으로 만드는지를 가볍게 때론 깊이 있게 보여주는 말이다. 법정 스님의 수필 <홀로 사는 즐거움>라는 책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수하며 자유롭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는 것이다.” 솔로들의 솔로 혁명은 우리들의 삶에 중심으로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수필가 김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