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 비즈니스, 물류, 첨단산업, 금융을 포괄하는 ‘복합형 국제자유도시 실현’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돼 주목된다.
이는 홍콩과 싱가포르, 푸동 등이 국제자유도시 또는 개발특구로서의 입지를 선점하고 있는데다, 경쟁지역에 비해 제주도의 투자입지 조건도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자유구역 등으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분산되는 가운데 인적 및 물적 자원과 노하우 등도 타 지역에 비해 크게 우월하지 않다는 게 주된 요인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본부장 박성준)는 6일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진단하고, 제주가 비교우위의 발전전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발전모델을 ‘복합형’에서 ‘국제관광휴양도시’로 집중하고, 이와 함께 첨단 및 청정1차산업의 육성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 제주본부는 ‘국제관광휴양도시’ 육성 제시 배경에 우선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사업으로 관광서비스산업 비중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제주지역 GRDP 성장률 및 1인당 GRDP가 타 지역에 비해 낮은 것은 제주지역 주력산업인 관광산업이 여타지역의 주력산업에 비해 성장성이 부진하다는 문제점을 들었다.
생산유발효과 측면에서도 제조업에 비해 열위한 관광산업의 특성이 제주지역 경제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관광산업 다음으로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는 농림어업이 국제자유도시 추진 이후에도 성장세가 높아지지 못한 점도 타 지역 대비 제주의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관광산업 외에 첨단, 교육, 의료산업 육성 등으로 역내 인구유입과 일자리가 늘고는 있지만 이들 산업이 지역경제 성장에 미친 영향은 아직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국내외 투자유치와 관련해서는 내국인투자는 활발히 이뤄지면서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의 경우에는 일부 성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급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은 제주본부는 현재 포괄범위가 너무 넓은 종합계획의 내용을 국제관광휴양도시 조성과 관련되는 주요 계획 위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각종 프로젝트 및 사업들을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목적 부합성, 실현가능성 등을 고려해 변경 내지 축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 극복을 위해서는 신공항 건설을 조기 추진하는 한편 성수기 좌석난이 여전한 김포-제주 노선의 공급좌석 확대와 중국과의 국제선 취항노선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쇼핑인프라 구축 및 청년층에 대한 마케팅 강화를 통한 일본인 관광객 유인 제고 ▲동절기 관광상품 개발 ▲쇼핑인프라 및 고급숙박시설 확충 및 기존 상권과의 연계 방안 모색 ▲MICE산업 및 의료관광 육성 등을 통한 관광산업의 지속성장 및 질적 성장 도모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이 외에 농산물 우수관리제(GAP) 등 국제기준에 부합한 농수산물 관리제를 강화하고 만감류 등의 비중확대 계획의 차질 없는 시행 등을 통해 농림어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도모하고, 친환경·국제휴양도시로서의 제주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IT, BT 등 첨단산업 관련 업체의 지속적 유치도 주문했다.
한은 제주본부 관계자는 “자치도 출범 이후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의 수립 권한이 도지사에 일임되면서 주요 개발사업 및 제도개선에 대한 정부 지원과 협조가 약화되고 있다”며 “지원위원회의 정책조정 및 후속조치 기능과 함께 민간투자 재원 확보 차원에서의 투자인센티브 및 투자유치 역량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