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동안 명도암 마을 지킨 '명도암 외소낭' 제거
120년 동안 명도암 마을 지킨 '명도암 외소낭' 제거
  • 고영진
  • 승인 201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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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년 동안 제주시 명도암 마을을 지켜온 '명도암 외소낭'이 고사했다. 사진은 지난 1일 고사한 소나무를 제거하고 있는 모습.

제주시 명도암 입구에 홀로 서 있는 소나무가 초기 고사증세를 보이며 말라가고 있다고 보도(본보 2012년 10월 24일자 1면)된 ‘명도암 외소낭’이 결국 고사돼 제거됐다.

제주시는 봉개동 명도암 마을 입구에 홀로 서 있던 높이 13m, 가슴높이지름 80㎝, 폭 8m의 소나무가 태풍과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고사해 잘라냈다고 5일 밝혔다.

제주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말라가는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약물을 투여하는 등 정성을 들였지만 끝내 죽은 것이다.

제주시에 따르면 한라산연구소에서 고사원인을 조사한 결과 재선충병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는 고사원인을 도로 공사를 하면서 소나무 밑동에 50㎝ 가량 쌓아 올린 흙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소나무류의 생리적 특성상 뿌리 부근에 과도하게 흙을 쌓을 경우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말라 죽는 경향이 있다”며 “공사 때 쌓은 흙을 지난해 10월 제거했지만 소나무가 서서히 말라가다 고사해 잘라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식 명도암노인회장(77)은 “소나무가 있어서 지명이 ‘외소낭거리’라고 불릴 정도로 주민과 친숙한데 이렇게 제거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성호 제주시 녹지조성담당은 “지역 주민들이 소나무를 다시 심어줄 것을 원하고 있다”며 “날씨가 풀리는 2월 말이나 3월 초에 명도암 지역에 있는 해송을 이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명도암 외소낭’은 120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 마을을 수호하고 제주4.3평화공원 조성과 그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 등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의 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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