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은 ‘가물가물’ 운전자는 ‘움찔움찔’
차선은 ‘가물가물’ 운전자는 ‘움찔움찔’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3.0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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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조로 등 제주시내 노면표시선 곳곳 퇴색
비오는 날 위험천만···당국 예산타령 ‘뒷짐’
제주시내 일부 도로 노면에 표시된 차선이 희미해져 운전자들이 어쩔 수 없이 곡예운전을 하는 등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더구나 야간이나 우천 시에는 사고 위험이 더 커지고 있어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김모(30)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겨울비가 내렸던 지난 주 오후 애조로를 운행하던 중 백색 차선이 보이지 않아 차선을 넘나드는 아찔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뒤따라오는 차량들이 안전거리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으면서 하마터면 큰 사고가 날 뻔 했다.

김 씨는 “비가 내리면서 차선이 아예 보이지 않아 상향등까지 켰다”며 “상향등을 켜도 차선이 많이 지워져 있어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29일 오전에 찾은 제주시 애조로 상귀교차로 인근.

왕복 4차선 도로인 애조로의 백색 차선이 흐릿한 형체만 띠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간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차선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결국 차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운전자들은 안전을 위협받고 있었다.

제주보건소 사거리에서 방선문으로 향하는 편도 2차선 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

백색 차선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지워져 있어 원래의 기능을 잃은 듯 했다. 심지어 과속을 방지하기 위해 표시된 가상방지턱 마저도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퇴근길 마다 이 일대를 지나는 정모(34)씨는 “비가 오지 않아도 야간에는 차선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라며 “차선을 알아보기 힘들다 보니 자연스레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왜 정비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경찰청은 지난해 차선 반사휘도(반사되는 밝기) 기준을 백색 130룩스에서 240룩스로, 황색은 90룩스에서 150룩스로 상향했다. 이는 원래 기준을 2배 정도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야간과 우천 시 교통사고 감소 등 운전자들에게 안전한 도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뤄졌다.

때문에 이 기준치에 맞는 차선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관계당국은 예산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운전자들의 안전에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교통사고 우려가 큰 도로에 대한 차선 정비는 물론 체계적인 차선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차선 정비를 위한 예산이 전부 반영되지 않다 보니 사실상 모든 도로에 대한 정비가 힘든 상황”이라며 “이번 주 내로 차선 정비를 위한 공사를 발주해 교통량이 많거나 퇴색이 심한 도로를 우선으로 정비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해마다 반복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잘 지워지지 않는 융착식 차선 도색이 최선이지만 비용이 비싸다 보니 현재는 상대적으로 싼 가열식과 병행해 정비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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